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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양미술 순례 ㅣ 창비교양문고 20
서경식 지음, 박이엽 옮김 / 창비 / 2002년 2월
평점 :
책을 읽고 있을 때는 커다란 감동과 먹먹함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 이 책을 들춰보려니 그 가닥을 잡을 수 없는 느낌이 어땠는가 풀어놓기가 힘들다.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들다. 머리로 생각하고 마음으로 느낀다 하더라도 서경식이라는 분이 직접 겪은 그 경험은, 아니 그분의 삶은 내 삶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그러하겠지.
이 책에 소개된 그림들이 눈에 익은 그림이든 전혀 낯선 그림이든 그것이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 온전히 자신의 삶으로 그림을 바라보는 것,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왜 책의 제목이 '나의 서양미술 순례'인가를 이해하게 된다.
"이 사나이들은 대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가? 무엇을 쫓고 있는가? 아니면 쫓기고 있는가? 고향에서 쫓겨난 난민인가? 혹은 괴로운 여행을 계속하는 순례자인가?
곰곰이 바라보고 있노라니,
아아, 내가 지금 꼭 이런 꼴이겠구나 하고 생각되었다"-에필로그에서
인쇄된 상본이긴 하지만 몇년 전 외젠 뷔르낭의 '무덤으로 달려가는 베드로와 요한' 그림을 보며 여러 생각을 했었기때문에 더 많은 느낌이 남아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조금 마음이 아프기 시작했다. 우리의 슬픈 역사가 떠오르고, 그 속에서 더욱 더 슬픈 가족들의 이야기가 떠오르고, '내가 지금 꼭 이런 꼴이겠구나'라 생각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마음이 먹먹해진다.
부활의 믿음도 없이 모든 희망이 사라진듯한 슬픔과 괴로움속에서 예수의 무덤으로 달려가는 베드로와 요한의 그 절박함이 그때의 마음이었다면, 이제는... 이제는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부활한 예수를 만나 뜨거운 감동을 느끼는 그런 마음이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