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있다'.
어떤 것이 나를 끌어당길 때,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설명할 수는 없을 때 하는 말이다. 예를 들면 길을 걷다가 풍경이 특별해 보일 때 '느낌있다'고 한다. 설명하면 이렇다. '가게 지붕과 간판의 색감이 빛 때문에 선명해졌다. 낯선 곳의 풍경 같다'. 그런데 풀어서 말하면 별것 아닌 것에 끌렸구나 싶다.
바스키아의 그림이 그랬다. 보는 그림마다 '느낌있다'는 말이 나왔다. 의미를 알 수 없는 글자와 그리다가 실패한 것 같은 이미지가 좋았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바스키아를 좋아한다고 자주 말했다. 그런데 좋아하는 이유를 물어오면 '느낌 있다' 말고는 할 말이 없었다. 아이처럼 순수해 보인다는 점, 낙서화의 재치와 자유분방함이 좋다는 점, 그런 이유들을 꼽아봤지만 그게 바스키아를 제대로 설명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이 그림을 앞에 두고 '느낌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 흠씬 맞은 것 같고 헝겊처럼 꿰매서 만든 얼굴이 재미있다. 파란색과 노란색의 만남도 좋고 그 위에 대충 칠한 빨간색도 좋다. 특히 노란색 위에 번져서 오렌지 색으로 보일 때 슬픈 느낌도 좋다. 머리를 자세히 보면 구조물 같은 인상을 주는데 그 부분도 재미있다. 하지만 역시 이런 이유는 진짜가 아니다. 그래서 줄인다. 바스키아, 느낌 있어! (78) 

  

 연기력이란 기술이나 재능이 아니라 삶에 대한 이해를 의미하는 것일 터이다...... 훌륭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은 훌륭한 인간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진다. 삶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 되고 싶다.(97) 

 

 

 

 


새로운 메일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띵똥, 소리가 들렸다. 미야베 미유키의 신간. 가만 생각해보니 신간은 죽어라 사들이고 있었지만 미미여사의 책을 읽지 않은지 꽤 된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물론 다른 읽을 책들이 쌓여있고 서평도서가 아니라면 언제나 쉽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먼저 찾다보니 자꾸만 뒤로 밀려나는 책들이 많아지고 있다. 열다섯살의 용기와 콜렉터가 있다면 당연히 나는 이 책들가운데 콜렉터를 제일먼저 집어들게 되겠지. 나의 책읽기는. 

그렇게 미루다가 어느 순간 책꽂이 저 안쪽에 박혀있는 책을 마구 뒤져가며 끄집어 내어 읽게 되는 책도 있다. 어젯밤 뜬금없이 하정우의 느낌있다를 읽어야겠다는 일념으로 밖에 쌓여있는 책을 옮겨놓고 안쪽에 숨어있는 책을 끄집어 내고 다시 책을 그전처럼 쌓아놓고 나왔다. 그리고 하정우의 느낌있다를 다 읽은 지금, 만족해하며 웃고 있다. 사실 어제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 강의 책을 읽으며 조금 혼란스러워지기는 했지만 역시 정책주의자의 글은 읽는게 아니었다는 후회를 하며 백퍼센트 만족하고 싶은 책을 읽고 싶어 마구 뒤졌던거다. 복잡하고 어렵지는 않지만 아주 만족스러워야만 할 책. 

 

음... 책에 대한 정보없이 그냥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행복해도 될까요?'라고 묻는데, 도대체 나는 뭐라 대답을 할 것인가 말이다. 

 

 

뜬금없이 백귀야행 신간소식이 날아왔다. 아, 벌써 스무권째인가. 하긴 순식간에 63권까지 나온 원피스가 더 낫다고 할수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 왜 유리가면은 이리 더딘가!라고 화내게 된다. 잊고 지내다가 가끔 이렇게 생각나게 할때면. 









오늘 날아온 생활성서 12월호에 바비킴 인터뷰가 실려있다. 가톨릭신자인건 알았지만, 뭐. 아니, 생각해보니 지난 청년대회때 초청가수가 바비킴과 바다였구나. 바비킴이 나오길 기다리는데 앞에 몰려있던 아줌마들이 끊임없이 씹어대던 바다이야기만 생각난다. 어휴.
책만 뒤지다보면 남은 시간이 다 지나가버릴 것 같아. 아이고, 마냥 멍때리며 있고 싶기도 하지만. 지금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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