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우리 안으로 밀어넣거나 화에 이해 폭발하는 대신에, 그 화를 잘 활용하여 우리를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사람을 멀리하고 나의 내면으로부터 그를 몰아 내는 데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방법은 그리스도인이 취할만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리스도인이 해야 할 일은 용서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용서는 화의 끝 부분에 있는 것이지 첫 부분에 있는 것이 아니다.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아직도 내 마음속에 있는데도 벌써 용서하는 것은 자신을 학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행위는 나 자신을 스스로 다치게 할 수도 있다. 내가 그와의 거리를 유지하고 나서야, 내가 그를 나로부터 밖으로 내던져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그도 역시 상처입은 한 영혼에 지나지 않는 존재란 사실을 깨닫고 그를 참으로 용서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내 안에서 밖으로 몰아내는 것은 내 안에 들어있는 고요한 공간을 인지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그것은 이 공간 안으로 힘을 동원하여 억지로 들어오려고 시도하는 모든 것들을 상대로 방어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방어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다. 나는 나의 마음을 점령하고 있는 사람들과 나 자신의 생각들과 계획들을 묵상을 통해서 나의 내면으로부터 몰아 내야 한다. 나는 내면의 참된 고요를 확보하여 내 안으로 들어가서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내 안에는 나를 넘어서는 신비가 들어있다. 내가 나의 내면으로 들어가면, 나는 나의 삶의 역사와 문제들만을 만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존재하는 층보다 더 깊은 곳에는 고요의 공간, 신비이신 하느님께서 내 안에 거주하시는 장소가 있다. 바로 이곳, 신비이신 하느님께서 내 안에 계시는 장소에서 나는 참으로 안식을 누릴 수 있다. 내 안에 들어있는 그곳에서 나는 깊은 평화를 누릴 수 있다. 일상의 소동들과 내적인 무질서들 아래 놓여있는 그곳에는 고요의 공간이 있다.

- 안셀름 그륀, 참 소중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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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7 22: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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