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아씨시로 향하는 길에 잠깐 노르치아라는 곳에 들렸습니다. 저는 사실 페루지아를 거쳐 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씨시에서 시간이 되면 잠깐 페루지아를 다녀오는 것이 가깝다고 해서 미뤘는데 - 결국 어머니가 너무 피곤해하셔서 페루지아도 포기하게 됐지만 - 노르치아도 좋더군요. 

노르치아에 들어서면 처음 반겨주는 것은 역시 광장의 가운데 서 있는 동상. 성 베네딕토입니다.  

그런데 노르치아, 이곳이 생고기의 본고장,이라 들었습니다. 

 

저기 보이는 상점에서도 프로슈토(이탈리아의 그 유명한 생햄;;;)를 팔더군요. 옆집의 바에서 - 그러니까 저기 차양막이 있는 곳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데 순간적으로 아주 고약한 냄새가 풍겨 저절로 고개가 마구 두리번거려지던데... 아무튼 선글라스까지 씌운 돼지들의 머리는 말라비틀어지긴 했지만 생각보다 인상찌푸리게 되는 그런 풍경은 아니더군요.  

 

이건.... 노르치아를 지나 아씨시의 전망 좋은 식당에서 먹은 그 생고기...메론과 같이 먹는건데, 첫맛은 좀 그랬고 씹어갈수록 좀 색다른 맛이 나긴 했습니다.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제가 먹기에 아주 고약하지 않아 더 먹으려면 먹을수도 있었는데 옆에 앉으셨던 분이 워낙에 잘 드셔서...그냥 저 반쪼가리만 먹었지요. 별다른 건 없지만 마침 사진이 한 장 있길래;;; 

여전히 성지순례모드였는지라 사진에 별 흥미를 못느껴서 아주 흥미로운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었는데 모두 내 기억속에만 있습니다. ;;;; 
 

다시 노르치아 이야기로 돌아가서. 

노르치아는 우리나라에도 조금 많이 알려져있는 베네딕토 수도회의 창설자 성 베네딕토와 그분의 쌍동이 성녀 스콜라스티카의 고향입니다. 성당은 두분의 생가 위에 세워져 있고,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점심시간 조금 지난 시간이었는데 수사님들이 성무일도를 하고 계시더군요. 지하에서 성당위로 성무일도를 하는 소리가 스윽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로마에서 봤던 성당과는 또 다른 느낌이지요. 화려한 벽장식이나 천장도 없고, 성상과 벽에 부조가 새겨져 있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 제단 아래에 다시 성당 제단이 있고, 수도회 수사님들이 성무일도와 미사를 하는 곳 같더군요.
제가 분도출판사를 아주 좋아했었는데 - 그 분도가 베네딕토의 한자음 표기로 같은 성인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뭐 그냥 그래서 왠지 친근감이 들기도 하고 그랬는데, 노르치아에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그리 큰 도시도 아니었고... 이탈리아의 소도시,같은 분위기가 확 풍겼던 곳이었습니다. 


노르치아, 오른쪽 건물이 성당. 광장의 중심에는 항상 성당과 청사. 두 중심권력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겠지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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