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수 물은 깨끗하고 참 맑지만 고기가 살기 어렵다. 3급수 물은 붕어나 여러 물고기가 살지만 물이 깨끗하지 못하다. 그런데 2급수 물은 깨끗하다고 하기는 어려우나 우리가 마실 수 있는 물이고, 1급수와 3급수에 사는 물고기도 찾아와서 살 수 있는 물이다. ...... 이와 마찬가지로 책에 담는 줄거리가 1급수 물처럼 가장 아름답고 훌륭하며 정성어리면서 뛰어나면 좋겠지. 그러나 줄거리만 너무 좋으면 사람들이 읽기 어렵다. 그렇다고 재미만 좇는 3급수 책을 만든다면 어설프고 질낮은 줄거리 때문에 애꿎은 나무만 버리고 책 문화를 떨어뜨린다. 비록 가장 좋은 1급수 줄거리를 담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바닥부터 차츰차츰 문화를 만들어 나간다는 생각으로 2급수 책을 만들어서 3급수 사람과 1급수 사람까지 즐거이 볼 수 있는 책을 만들어 책읽는 사람을 늘리고, 책읽는 사람 눈높이와 눈길을 살뜰히 가꾸다보면 시나브로 1급수 책을 만들어도 웬만큼 팔릴 수 있는 문화를 다질 수 있고, 그렇게 오랜 세월에 걸쳐서 책을 만들고 일을 하면 넓고 튼튼한 2급수 책 문화 위에 가장 알짜이면서 빼어난 1급수 책 문화를 이룰 수 있다.
- 모든 책은 헌책이다에서, 농사꾼 윤구병님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