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심란해서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를 읽는데 자꾸만 딴 생각으로 빠져들어버리고 있다.

 

우여곡절끝에 신부님의 명에 의해 주일학교 교리교사를 하게 됐지만, 현재 실권을 갖고 있는 나이 어린 교감은 내가 탐탁치 않은 것 같아 영 기분이 안좋다. 

더구나 나와 또 다른 선생님 한 분, 이렇게 우리 둘을 은근히 따 시키고 있다.

주일학교 행사를 하나 하는데 있어서도 조직력이 필요하고 교사 각자의 역할 분담이 필요한 것이고 아이들을 하나하나 챙길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회의할때 하나하나 질문을 하면 자기가 다 알아서 할 것처럼 대답을 하고 결과적으로는 엉망이 되어버리는걸 봤다. 그런데 정작 그 대표교사는 그걸 깨닫지 못하고 있다.

 

어제 학생들 체육대회가 있었는데, 내가 경기에 참가하는 친구들말고 구경하는 친구들 인솔은 어떻게 하나요? 라고 물었더니 아주 자신있게 모오든(!) 학생이 다 경기에 참가하니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각 경기에 참가하는 친구들 인솔은 그 경기 담당쌤이 인솔하면 된다고 하면서 각 담당쌤 명단을 부르는데 죄다 자기가 쉽게 부릴 수 있는 교사들 이름을 부르는거였다.

- 체육대회 당일, 그 담당이라고 했던 교사는 회의뿐만 아니라 행사장에도 나타나지 않고 연락조차 없었다.

게다가.

나와 따 당하는 또 다른 선생님은 여자애들 피구경기하는 걸 보면서 애들 챙기기로 해 체육관에 있는데 축구하러 운동장에 가 있어야할 남학생이 들어와 자기들은 어떻게 해야하냐고 묻는다. 애들만 보내고 교사는 아무도 안따라갔어? 회의때 그리 자신하던 대표교사는 뭐하는 짓이야? 라는 생각에 속이 끓었지만 일단 다른 선생님께 얘기하고 내가 남자애들 데리고 축구경기장으로 갔다. 그리고 축구를 뛰지 않는 남자애들 다섯명과 간간이 응원하고, 놀아주고, 니들이 다 후보야!라고 말하면서 아이들의 존재감을 부각시켜주면서 애들을 위해 내 기분을 자꾸 업시켜주며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여자애들은 피구, 줄넘기 경기가 있었고 남녀혼합 단체 줄다리기가 있었다. 여자애들이 좀 많아서 피구와 줄넘기는 잘 하는 애들을 뽑았다면 줄다리기는 한번도 못뛰어본 친구들에게 해보자고 말을 건넸을텐데. 선수선발의 권한은 대표교사가 갖고 있고, 대표교사와 그의 하수같은 어린 교사는 눈에 띄는대로 자기들과 친한 아이들만 골라내고 있었다. 줄다리기를 이기기 위해서라고 변명해줄 생각은 마시라. 키도 큰 고등학교 2학년 남자애를 놔두고 초등학교 6학년보다 작은 중학교 1학년 남자애를 줄다리기 선수로 내보낸 교사들이니까. 여학생 한명은 줄다리기할때마다 자기를 빼 놓는다고 하소연했지만 내가 걔를 위해 해줄수 있는 건 없었다. 모든 경기가 끝나고 저녁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그 여학생이 갑자기 울것처럼 한다. 그냥 아프다고말하고 말았지만 구석진 옆자리로 데리고 가 차근히 물어봤더니 경기에 참가한 건 하나도 없고 오늘 하루종일 뭐했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얼핏 흘린다. 그렇게 하루를 공치듯 보내버린것에 스스로 용납이 안돼 자신에게 화가 나고 저녁도 안먹어버리는 어린 친구를 다독여줄 여유가 없었던 나 자신도 참 무능하다.

 

아, 다시 생각하니 더 화가난다.

그러한 것들보다 더 화가나는 일이 많았지만 오늘 밤을 새며 이야기해도 모자랄판이다.

 

내가 동료교사로서 가장 부끄러웠던 것, 옆에 앉아있던 다른 쌤에게 내가 너무 화나서 폭주할 것 같다고 좀 말려달라고 했던 일은 정리를 좀 해봐야할 것 같다.

 

체육대회는 열여섯 성당이 모여서 연합으로 진행된 것이고, 응원상도 있었기에 마지막에 경기장 스탠드에 모든 성당이 다 모여 마지막 경기인 계주 응원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응원이야 아이들이 알아서 하는것이기 때문에 교사가 뒤에서 수수방관하고 있다 하더라도.

옆 본당 친구들은 아주 열심히 응원을 하고 있는데, 교사가 그것도 대표교사라는 애가 두세명의 아이들과 뒤에서 웃고 떠들면서 옆에서 응원을 리더하며 열심히 응원하고 있는 아이에게 대뜸 '귀엽다~'하며 소리치고 또 웃는것이다. 그 대표교사가 여자교사였음에도 귀엽다는 칭찬이 아니라 성희롱처럼 놀려대는 것처럼 느껴져 내가 부끄러워졌는데 또다시 큰소리로 '우리가 니들 응원같이 해주면 응원상 반으로 나눠 우리 줄래?' 이러면서 웃는거다. 저것이 사적인 자리도 아니고 우리성당의 대표교사라는 어른이 아이들에게 할 말이야? 라는 생각에 뭐라 한마디 하려고 돌아봤는데 옆에 우리 성당 아이들이 같이 동조하면서 선생님 말을 씹네,라고 내뱉는 것이다. 그 다음 더 황당했던 건 대표교사가 오히려 더 화를 내면서 '야, 니가 감히 //성당 교감인 내 말을 씹어?'라고 소리치는거.

순간 폭주하던 내 마음이 싸늘히 식었다. 저녀석에게는 말할 가치도 없는거구나. 내가 아무리 얘기를 해 봐야 깨달음이 없겠다, 싶은 마음에 무시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도. 그걸 그대로 따라하는 우리 아이들은 어찌할 것인가.

 

들을 귀가 없는 이이게는 뭐라 외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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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권위, 권력
    from 놀이터 2011-06-01 02:45 
    뭔가 또 사건이 있었고, 저 어린것이 나를 밟으려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어이없기도 했지만.대표교사가 먼저 노골적으로 자기가 나이는 어리지만 '교감'이니 존칭을 쓰라고 한다.'대표교사'라는 것도 권력이라고, 행세를 하려드는구나.공적으로 여러사람들 앞에서도 아니고 핸드폰 문자에 답을 보내는데 존댓말을 쓰지 않았다고 뭐라하다니.대표교사보다 나이가 많은 신부들조차 내가 간혹 편하게반말하는것으로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기는커녕 별로 신경쓰지도 않고 편하게 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