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게 서툴렀던 스무 살의 배낭여행이 또렷하게 되살아나는 낯선 길에서,
그땐 미처 알 수 없었던 여행의 의미들이 성큼 와 닿는다.
스무 살의 여행은 빠르고, 터프하고, 거침없었다. 꼭 가봐야 할 명소들과 가이드북에 명기된 ‘Must List’를 먹어치우듯 여행했다.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려는 전투적인 여행이었다. 그렇게 세상 구경은 할 만큼 하고 바닷가 마을에서 지나치게 평온한-흡사 식물과 같은- 나날을 보내던 전직 여행가, 문득 다시 떠나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우연히 머리를 스친 핀란드. 가 보지도 못했고, 비싸고, 춥고, 빈틈없어서 쉬 마음이 가지 않는 그곳은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이번 여행은 편견을 극복하고 취향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여행, 나의 끝에 닿는 여행, 지금까지와는 다른 여행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행의 시작은 핀란드와 대척점에 있는 터키다. 터키, 불가리아, 루마니아, 폴란드, 발트3국, 핀란드를 육로로 이동하는 여정을 결심한다. 불편하고 피곤하고 지치는 그 길에서 명심할 한 가지. 절대, 화내지 말 것.
============================= 스무 살 때는 알 수 없었던 여행의 의미.
생각해보니 나 역시 똑같은 느낌,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미 지나고나서야 왠지 후회하게 되는 여행에 대한 추억들이지만. 아니 후회가 아닌 아쉬움이겠지. 괜히 이것저것 모든 것을 다 움켜쥐려고 하는 치기어린 시절의 여행은 굳이 여행이라는 것만이 아닌 내 삶의 여행길에서도 드러나는 품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