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름대로 서로의 오해를 줄이는 것이 좋을듯하여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건의 전개과정을 알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제3자적 입장에서 전해듣는 이야기가 아니라 직접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전화를 했다. 하지만. 내가 그 당사자를 너무 과대평가해버린 탓인지... 왜 화를 내고있는지 알 것 같기도 하지만, 그걸 내게 분풀이하듯 쏟아넣을 것도 아니었고. 결정적으로 그는 내가 말을 이어가려고 하는데 짜증이난다면서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몇년전의 내 성격이었다면 기분이 상해서 말할 가치를 못느꼈거나. 내 일이 아닌 일에 더 화가나 욕을 해대며 그녀석을 잡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도 살아온 세월이 내 마음을 더 열어놓게 해준것인지 분노와 상처를 싸매고 다시 전화를 했다. 그리고 또 한참 이어진 통화. 역시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걸 들으면서 포기할까, 싶었지만. 그래도 내가 전화를 한 이유는 서로의 오해를 줄여보고자 어떻게 이야기를 전해들었는지 물어봤다. 그리고 자기자신의 얘기에 스스로 짜증이 치밀어 또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는.
나는 아무리 화가나도, 상대방이 아무리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이 나보다 힘없고 약하고 나보다 어리다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지할말만하고 끊어버리지는 않는다. 그렇게 살아온 나건만, 오늘 나는 나보다 몇개월 늦게 태어난, 연수로는 나보다 한 해 늦게 태어난 누군가가 짜증이 난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리는 자와 두번이나 통화를 했다.

내가 내 핸드폰으로 내 시간과 내 아까운 전화비를 들여가면서. 더구나 내 감정까지 상해가면서 대화를 할 필요가 있는가. 

사회정의. 교회공동체. 말은 멋지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하는 입과 마음과 정신이 썪었는데 뭘 어떻게? 

일단 말로 하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나올 것 같아 문자를 보냈다. 내 핸펀 배터리도 다 되어가고 감정적으로 맘을 닫고 있으니 나중에 메일 보낸다고. 

그래서 지금 메일을 보내야하나, 하는 마음으로 컴을 켜고 앉았다. 

 

오해를 하건 말건 상관없다, 이래저래 이미 오해를 받고 있으니 오해를 해도 상관없고 어떤식으로 받아들이든 상관없다 라는 말을 하는 마음속의 진실은 뭘까. 자신은 사회정의와 공동체성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걸 자꾸 걸고넘어지는 이들이 잘못된것이고 그런 사람들이 자신을 오해한다한들 뭐 대수냐... 이런 뜻이었을까? 

내 입장을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나는 그러한 오해가 어떤 것이든, 상대방이 오해하고 있음을 알고 있는데 그 오해를 풀어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교회의 정신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속으로 들어갔다고 떠들어대면서 자기는 홀로 독야청청 거룩하고 꿀릴 것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바로 바이사리가 아니고 뭐겠냐고.
이미 신앙심이라는 것도 없고 더 귀찮은 일을 하기 싫어서 의무축일에만 성당에 가는 내 생각도 이러할진대. 하물며. 

온갖것이 머리속에 맴돌고 있어 이야기가 자꾸 산으로 가려고 하네. 그냥 내 머리속을 스캔해서 확 까발려 보여줘버렸으면 좋겠다. 

 

좀 전에 싸인마지막회를 봤다. 권력에 대항해 힘없는 이들이 할 수 있는 사회정의와 진실의 실현은 죽음과 같은 무게의 항쟁이라는 사실이 너무 슬퍼서 막 울면서 봤다. 드라마에서 한 사람의 죽음에 슬퍼할수도 있지만, 권력에 어쩔 수 없음을 이미 깨닫고 있는 나 자신. 그리고 그런 현실을 버티며 살아가고있는 모두를 애도하며. 그냥 울면서 봤다. 권력은. 권력의 힘은 내 주위에 넘쳐나고 있고. 권력은 진실도, 정의도, 교회공동체도 자기의 것으로 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고있다는 것이. 

...... 

그래서 다시 고민을 하고 있다. 나는 그저 싸움구경을 하고만 있을수도 있다. 나의 이익에 전혀 상관이 없는 사건에 내가 휘말려들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고, 그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기 위해 대화를 나누는 것인데. 하지만 대화조차 필요없다고 하는 사람에게 내가 이렇게 힘을 뺄 필요가 있을까. 더구나 상대방은 권력을 갖고 있다. 내가 오랜 세월 지내온 직장생활과 성당에서의 인간관계로 봤을 때. 진실은 밝혀지고 내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오해는 풀리고 나의 진심은 전해진다...라는 생각은 이미 사라졌고 오로지 남은 것은 권력을 가진 자와 권력자에게 사탕발림의 말을 하는 자에게 부여되는 대리권력뿐. 

그래서 진심을 전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이후로 나는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절대로 직격탄을 쏘지 않기 시작했다. 예전엔 바로 앞에서 옳고 그름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지만 권력을 가진 이들은 자신의 행동과 결정에 대해 옳고 그름을 거론하는 것 자체를 항명으로 받아들인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인 경우 어이없는 폭언을 한다고 하더라도 입 다물고 오로지 잘못했습니다만을 되풀이하고. 나보다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적지만 권력이 있는 자에게는 뒤돌아버린다. 그것이 내가 세상을 살아가며 익힌 처세술이되었다.  

그래도 지금. 명색이 공동체 운운하면서. 그냥 두고볼수는 없어서 좀 더 진실에 다가서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시켜보려고 말을 건넸는데. 돌아온것은 상처와 빈손뿐이다. 이런 상태에서 메일을 보낸다는 것은 잘해봐야 본전이고. 안되면. 나 역시 매장당하는 것밖에. 그런 이유로 망설이고 있는 내가 한심해지지만.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이 서글퍼지지만. 

그래, 뭐.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나는 메일을 보낼 것이다. 어느정도의 수위로 이야기를 꺼낼것인지가 고민일뿐이지. 

솔직히 까발린다면. 교회공동체 운운하는 네녀석의 지금 행태가 공동체적인 것이냐고 하고 싶다. 깊은 생각없이 타인에 대한 배려도 없이 자기들 감정 치닫는대로 일을 벌여놓고 왜 짜증과 화는 엉뚱하게 직원에게 쏟아내는 거냐고 따지고 싶지만. 

나도 똑같은 감정배설만 하고 있는 건 아닌가 곱씹으면서. 생각을 다시 정리해야겠다. 

생각할수록 어이없는. 서글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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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1 02: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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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1 08: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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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3 02: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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