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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슈미트의 이상한 대중문화 읽기 - 당신을 속여왔던 대중문화 속 주인공들의 엉큼한 비밀, 개정판
마크 슈미트 지음, 김지양 옮김 / 인간희극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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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아니 지금도 다시 보게 된다면 열광하면서 보게 되리라 짐작할 수 있는 저패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을 열심히 보던때가 있었다. 당시 소문으로만 전해듣던 에반게리온을 인터넷 동호회가 조금씩 보편화되기 시작하면서 어찌어찌하다 구하게 되고 만사 제쳐놓고 전편을 다 봤던 기억이 있다. 화질도 별로였고 가끔은 시커먼 화면에 인물들의 움직임이 제대로 안보이기도 했고, 나중에 알았지만 에반게리온이 사도를 먹어치우던 장면도 나는 그저 시커먼 화면만 쳐다보고 있었더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에반게리온을 엄청 좋아했다. 내겐 생소한 신화적 은유와 각 인물들의 심리묘사, 어쩌면 소년소녀들의 성장기를 보여주는 최고의 애니라고 생각하며 뒤편으로 넘어갈수록 점점 더 심각하게 그 안에 담겨있는 뜻을 파악해보려고 했었다.
그런데 어느날 에반게리온의 감독이 에반게리온은 그냥 즐기면서 보면 된다,라는 뜻의 말을 했다는 기사를 보고 순간 좀 멍한 상태가 되었다. 그냥 즐기면 되는데 왜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여? 라는 물음앞에서 나는 에반게리온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흥겹게 랄라라 랄라라~ 노래부르며 재미있게 보던 스머프의 이야기를 접한 것도 그 즈음이었을까? 어디선가 떠돌던 스머프마을의 공산주의에 대한 이야기는 좀 신선하게 다가왔지만 나는 이미 그런 말에 화악 넘어가 미친듯이 좋아하게 되지는 않았다. 공산국가의 이상향이라는 것은 이미 성경에서 보여주는 초대그리스도교회 공동체의 모습과 닮아있고, 초대 교회 공동체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사유재산을 취하려다 배척당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이상향은 이상향일뿐이며 저절로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을 통해 이상향에 가까운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기때문에 그저 흥미롭게 그 글을 읽고 넘겼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시각이 대수롭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흥미롭게 느낄 수 있는 스머프마을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었다.
그것이 어쩌면 대중문화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인지도 모르겠다. 원저자의 의도가 담겨있든 그렇지 않든 그것을 자신의 사상과 문화적 시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온전히 그것을 바라보는 자의 몫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서 대중문화를 읽는다는 건 옳다 그르다의 차원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있는 '문화'적 시각을 읽는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마크 슈미트의 글들은 그런면에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내가 본적이 없는 섹스앤더시티의 글 같은 경우는 그냥 흘리듯이 읽었지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역시 한국영화를 이야기하며 남북의 관계를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각이다. 사회주의 체제하에 있는 북한에 대한 남한의 원조를 더 싫어하는 건, 우리보다 오히려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휴전선을 넘고 누군가는 두만강을 넘어 남한으로 넘어와 일가친척없이 반평생을 넘게 살아오신 황해도가 고향인 우리 어머니이다. 간혹 저렇게 굶어죽어가는 사람들 중에 어머니 사촌들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라고 말하며 웃기는 하지만 그 애증의 시간들을 뛰어넘어 무조건 통일을 외치기에는 형제애같은 민족사이의 골이 꽤 깊다. 그러한 것들을 정확히 끄집어내는 마크 슈미트의 글을 읽다보면 나도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한 대중문화 읽기'는 '마크 슈미트의' 대중문화 읽기인 것이다. 대중문화라는 것은, 때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깊이있게 바라볼 수도 있어야 한다. 대중문화는 보편성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그 안에 유일성을 담고 있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어쩌나. 나는 대중문화에 담겨있는 뜻은 때로 심각하고 무겁기도 하지만 그 기본적인 문화의 소양은 즐거움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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