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언니, 누나, 형이었던 때가 있었다.... 

라는 걸 새삼 떠올린 건, 요즘 꿈자리가 사나워서인걸까. 평소와 달리 열한시가 좀 안된 시간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는 이 아늑한 느낌이 최고다! 이러며 좋아하다가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그리고 여지없이 새벽에 잠이 깨고.. 그 시간에 일어나 책이라도 읽다 잤어야 하는건데 또 그냥 드러누워 잠에 빠져들었다. 피곤해 죽을 지경이라 잠이 든것이면 괜찮았겠지만 난 이미 충분히 잠을 잤나보다. 아침녘에 무지막지한 꿈을 꿔버렸다. 사건사고,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도 똑부러지게 상대를 제압하는 것. 그러면서 내가 느낀건, 내가 그동안 안에 무지막지하게 많은 걸 쌓아뒀나, 싶은. 뭐 그런거. 

내가 나를 봤을 때, 그리 좋은 성격은 아니고. 거기에다가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나를 봤을 때, 둔감해도 좋을 것에는 예민하고 섬세해야 할 부분에는 아둔한면이 너무 많다. 그래서 진득하니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은 내가 무던해서 관계를 지속하고, 그러지 못한 사람들은 스치는 인연이 되는 것이고. 물론 친구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을 보면 그 무던함이 아주 좋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뿐이지.  

한정된 나의 인간관계라는 걸 떠올리다보면 지금 나의 존재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가끔 내가 정말 친형같아서 좋다고 했던 녀석이 생각난다. 뭐 내 입장에서야 이러나저러나 똑같이 아우로 대하면 되는거겠지만, 누나가 아니라 형같다고 그래서 더 좋다고 했던 말에 나도 괜히 좋아했었는데. 언니가 정말 언니같고, 형이 정말 형같을 때, 나는 아마 나의 존재라는 것, 존재감에 대한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그럼으로써 보상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모두가 착하다고 하는 그 누군가의 성격도 가까이서 지켜보면 그리 착하지만은 않다, 싶은. 그러니까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많이 하기는 하지만, 내가 그 배려의 순위에서 밀려났을 때는 어쩔 수 없이 기분이 상하게 되어있고, 그것만으로도 그를 무작정 착하다고만 하기 싫은 그런거. 어쩌면 내가 그 모든 걸 다 이해해 줄 것이라는 마음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일단 나는 그런 대인배가 되지 못하기때문에. 

생각을 자꾸 꼬아서 하다보면 습관될테니 이쯤 멈추고, 이미 달아난 졸음을 또 쫓는다는 핑계를 댈 이유도 없으니 일없는 한가로운 오후, 얌전히 책을 읽어야겠다. 책이라는 것도 시들해질뿐이니, 뭘 해야 재미있겠나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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