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녀석이 전화해서는 우울하다고 했다. 남편얘기와 애들 얘기를 하면서 툴툴거리지만 우린 서로 두린애기들처럼 심각한 얘기를 마구 웃어대며 하는 습성때문에 또 웃으며 얘기하고, 내가 자꾸 열살먹은 애와 대결구도로 가는 니 편을 들어줄 수 없다고 하니 친구가 별로 안좋아한다. 그래도 그녀석에게 나는 우울함이 아니어 다행이다.
그녀석은 내가 참 부럽다,라는 표현을 자주 하는데 어제는 결국 그런말을 해야했다.
야, 변화도 없고 날마다 똑같은 일상에 뭐 하나 하는 것 없는 이런 나를 한심하다고 하는 사람도 많어
뭐? 야! 그러면 그런말 하는 녀석들은 인생이 버라이어티하다냐?
그니까... 너는 다른 사람 인생에는 참으로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면서 왜 자신의 인생에는 비관적인게냐
낄낄낄.. 그런가?
전화 배터리가 나가지 않았다면 우린 또 한시간이 지나고 두시간이 지나도록 통화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버라이어티한 인생... 하긴 뭐, 생각해보면 누구나 다 자신의 생을 뒤돌아보면 반드시 버라이어티가 있지 않겠는가.
- 어감때문에 버라이어티,라고 쓰는데 이걸 우리말로 멋지게 표현하려면 뭘 써야할까?
부러우면 지는거다,라는 말을 나는 정말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부럽다'라는 감정은 상대적으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게 되는 것 아닌가. 나는 지금의 내가 좋다,라고 할 수 있어야지. 아, 뭐. 그게 쉽진 않지만 어쩔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