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앨런 베넷 지음, 조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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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이지 않은 독자,라니 이건 특별한 독자를 말하는 걸까 아니면 유별나고 독특한 독자를 말하는걸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는 바로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을 말하는거였어요!

그렇다고 뭔가 아주 색다르고 특별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예요. 코기를 키우며 산책하고 자신의 일과에 대한 의무가 강한 여왕이 뒤늦게 책읽기의 재미에 빠져들면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일들에 대한 이야기지요.
근데 가만히 읽다보면 정말 어쩜 나하고 이리 똑같은 증세가! 하며 감탄하게 되기도 해요.

이튿날 아침 여왕은 코를 조금 훌쩍였고, 마침 아무 일정이 없었으므로 독감에 걸리 것 같다며 침대에 누워 있었다. 이는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고, 사실도 아니었다. 실은 책을 계속 읽으려는 핑계였다.
영국 국민들은 '여왕이 가벼운 감기에 걸렸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들이 듣지 못한 것 그리고 여왕 자신도 몰랐던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이 일이 여왕이 독서 때문에 집에 머무르는, 때로는 꽤 오래 머무르는 일들의 첫출발이었다는 것이었다.(20)

재미있는 책을 읽다보면 밤을 새기도 하고 그러다보면 정말 출근하기가 싫어지고 그러죠. 네, 저는 여왕을 정말 이해할 수 있어요.

여왕의 나이가 되면 사람들은 '아무렴 어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왕에게는 독서가 더할 수 없이 심각한 일이었다. 여왕에게 독서란, 작가에게 글쓰기와 같은 의미였다. 즉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고, 작가가 글을 쓸 숙명을 받아들이듯 여왕은 책을 읽을 숙명을 인생의 이 황혼기에 받아들여야 했다(57)

책을 읽으면 그 책은 또 다른 책으로 이끄는 길잡이가 되고, 헨리 제임스가 너무 느리게 글을 썼다고 지겨워했지만 어느 순간 그가 마구잡이로 쓴 글이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런 여왕의 책읽기는 우리와 그리 다르지 않지요.

우연히 왕궁에 온 이동도서관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책을 한 권 빌리면서 여왕의 책읽기는 시작이 되었지요. 그리고 책읽기에 재미를 느끼면서 점점 일보다는 책읽기 자체에 빠져들어 모든 걸 팽개치다시피 하게 되고, 읽은 책에 대한 메모를 하게 되면서 조금씩 자신의 생각을 적어놓게 되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차츰차츰 마구잡이의 책읽기가 줄어들면서 글을 쓰는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그런 여왕이 여든번째 생일을 맞이하고 그 파티에 모인 모든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시작해요.
뒤늦게 책읽기의 즐거움에 빠져들어 책읽기를 숙명처럼 받아들였던 여왕은 과연 그 생일파티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게 될까요?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는 일반적인 독자인 우리에게 많은 공감을 갖게 하는 글들로 넘쳐납니다. 나는 잘 몰랐지만 이 책을 쓴 앨런 베넷도 할머니라는군요.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유쾌하고 재미있는 상상에서 시작된 이 글이 참말로 편안하고 흐믓한 미소를 짓게 하네요.

참, 이 책은 그림동화책이 아닙니다. 그냥.. 책을 좋아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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