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이뤄지는 과정은 밖에서 들여다볼 수 없기에 전혀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마르셀 뒤샹은 '그 사람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는 보이지만, 그 사람이 무엇을 듣고 있는지는 들리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겼지요. 독서는 '그 사람이 무엇을 읽고 있는지는 알 수 있지만, 그 사람이 어떻게 읽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16)
어떻게 읽고 있는지까지 가기 전에, 일단 나는 누가 내가 읽고 있는 책을 괜히 뒤적여보는 걸 싫어한다. 그래서 읽고 있는 책을 뒤집어 엎어놓고, 책 위에 다른 서류들을 쌓아놓고... 그렇게 감춰두는데. 그걸 또 일부러 막 헤집어 보는 사람이 있다. 어제는 전화를 하고 있는 사이, 위에 있는 물건들을 마구 헤집어 밑에 깔린 책을 꺼내려 하길래, 통화하다말고 '꺼내지 말라'고 까지 얘기했는데도 무시하고 자기가 궁굼해하는 걸 기어이 해 낸 사람을 봤다. 제대로 짜증이다.
그리고는 자기 맘대로 내가 읽는 책을 해석하고, 내가 어떤 책을 읽는지 자기 맘대로 생각하고 있더라. 젠장. 내가 그 사람을 더더더더 싫어하는건, 그렇게 내가 읽는 책들을 살펴본다음 주변 사람들에게 마구 떠벌이며 다니기 때문이다. 어제는 젠장맞게시리 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와 쉘 위 토크와 리얼 진보와 굴라쉬 브런치를 쌓아놓고 있었기 때문에 더 짜증이난다. 소설책같으면 그냥 '책읽는구나'하고 넘기겠지만. 어제의 즉각적인 반응 역시 '이런 책을 읽네'따위였다. 물론 그 사람은 대단하다는듯이 얘기했지만 그것조차 짜증이 난다. 내가 싫어하는 행위를 자기 맘대로 한다는 건 나를 무시하는 행동 아닌가? 화를 눅이고 있는데, 오늘 이 책을 읽으려고 하니 새삼 또 생각나서. 화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