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서 일을 하게 되면 '왜 나만 이렇게 고생인가..' 라는 맘에 속상한적이 많았던 것 같아. 그런데 이제는 그런 애들을 보면서 '고생은 너 혼자 하는 것 같지?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게 더 많은 일을 하고 있거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들이 마구 따져물으면서, 때로 남자애들은 조리있게 말을 해 보라고 하면 먼저 욱,해서 열받는다는 표시로 옷을 벗어제끼는데.. 사실 예전같으면 애들이 왜 저러나...상처받게 하면 내 탓이야, 싶었는데 이젠 그렇게 화내는 녀석을 말리는 애들을 말리게 된다. '자기 감정이 화나면 화 내야지. 쟤가 화낸다고 해서 내가 화날거 아니니까 그냥 화 내게 나둬. 화내는 건 좋은데, 하고 싶은 말은 뭐야?'... 근데 그녀석 우리가 대화로 얘기를 풀어버리자 지풀에 화나서 나가버렸다. 뭘 어쩌라고?  

어딜가나 일은 하지 않고 입으로만 떠드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고, 그건 아이들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가끔은 선배랍시고 아는 척은 다 하면서 힘든일은 절대로 안하고, 말로는 후배들 일이니까 그저 지켜볼뿐이다라며 그럴싸하게 내뱉고 .. 일일찻집을 하는데 단순노동, 그러니까 감자나 삶은 달걀의 껍질을 벗기는거, 멸치 똥 따는거, 양파 벗기는 거 등등등 일손이 필요하다고 하니 온갖 핑계를 대다가 결국은 한마디 '그러니까 와서 일 하라는 거잖아요'라는 한마디를 내뱉는 녀석을 보면서 완전히 포기했다. 힘든일은 절대로 하기 싫어하고. 너무 돈을 밝히면 안된다는 고상하고 거룩한 이상을 얘기하면서 결국 본인은 주일미사 헌금조차 하지 않는. 내 맘속의 구제불능. 불쌍하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이제는 그런 마음조차 안드로메다로 떠나보내고 나와는 상관없는 인연이라는 것이 다행이다 싶은. 

아낌없이 모두를 사랑하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모두에게서 가능성을 보면서 희망을 갖고. 어떠한 일이 있어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버리지 않는 그런 교사가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말한다면 나는 절대로 그럴 수 없다,라는 말을 해야겠다. 아니, 솔직히 말한다고 했으니.. 그럴 마음이 없다. 전적인 투신을 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나도 내 맘에 드는 녀석들, 내가 이뻐해주고 싶은 녀석들'만' 이뻐해주고 싶다. 교리교사라는 이유로 맘에 안드는 녀석들 욕하기보다는 어느 한가지라도 잘하면 칭찬해줘야 한다..라는 걸 알고 있지만 건방지고 말을 듣지도 않고 자기 욕심만 부리고 잘난척하는 것들...을 싸그리 무시해주고 싶기도 하다. 이런 마음으로 교리교사를 어떻게 하냐고? 그러니까 말이다. 제발 나를 교리교사에서 벗어나게 해 주시라. 이따위 교리교사는 제발 잘라주시라. 몇몇 아이들이 역겨워 못하겠으니. 

 

성당예술제를 준비하는데 조명이나 마이크 시설이 필요해 시설분과장님께 협조를 구해야한다. 내가 직접 말씀드려야하나...싶었는데 신부님이 벌써 얘기하셨다고 해서 내가 해야 할 일 목록에서 지웠다. 그런데 오늘 연극을 지도해주시는 분을 잠깐 만났는데 시설분과장님께 협조요청 안했냐고 물어보신다. 상황설명을 드렸는데, 시설분과장님은 모르고 계시다고 한다.
사실... 예전같았으면 화가났을 것이다. 아니 오늘도 사실 화가 났다. 신부님은 정말...!하며 화를 냈을 것이다. 
그런데 연극지도선생님은 요즘 신부님이 바빠서 잊어버리신거 같다고 이해를 해 주시고, 시설분과장님은 얘기들은 거 아무것도 없지만 지금 들었으니 기꺼이 협조해주시겠다고 이해해 주시고... 그러다보니 나도 덩달아 신부님이 착각하셨거나 설핏 지나가는 얘기로 도움주시라고만 해서 이런 오해가 생겼나봅니다,라며 이해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들 웃으면서 모든게 잘 되었다. 나? 나야 뭐.. 그저 감사할따름이다.  

그러니까... 이런것이 어른들의 세계다. 아이들은 절대로 흉내낼 수 없는. 지들이 잘나고 모든것을 다 할수있을 것처럼 말하지만 결국 모든 일은 어른들이 해내고 있다. 아, 제발 이따위 행사 집어치우자.
사실... 다들 내년은 이렇게 하지 말고, 어쩌구 저쩌구 얘기할 때 나는 딱 한마디만 한다. '전, 내년에 아이들이 행사하자고 하면 손 번쩍 들어 '반대!'를 외칠겁니다' 

 

아아, 그러고보니 애들은 연습한다고 성당에서 짜장면까지 시켜먹었드마는. 내가 사들고 간 간식은 당연한것처럼 '고맙습니다'라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다 먹었드마는.
나는 이시간까지 밥도 못먹고, 과자 한쪼가리 먹을 입맛도 잃어버렸다............
예수성탄이 전혀 기쁘지 않은거. 이것이 나의 죄...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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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09-12-22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짜장면이 땡기게시리....ㅡ.,ㅡ
좋아, 그렇다면, 제주에 가면 반드시 치카님한테 사달라고 졸라야지.

그런데, '다금바리'가 뭔가요? ㅡ_ㅡ? (인증샷 부탁해용~ ㅎㅎㅎ)

chika 2009-12-22 23:37   좋아요 0 | URL
음... 잊고 있었는데, 저는 이 시간에 짜장면이 급 땡깁니다. ㅠ.ㅠ

근데, 왜 뜬금없는 다금바리 얘기인가요? 다금바리..대따 비싼데. 회를 먹지 않는 내가 유일하게 쫄깃거리는 맛을 기억하는 이십마넌짜리 다금바리... ㅎ

L.SHIN 2009-12-24 13:07   좋아요 0 | URL
아..그게, 친구가 '다금바리' 아냐고 물어보길래... 제주에 사시는 치카님한테 도움을 좀..^^;
마침 내가 여기에 댓글을 달던 중이였으니까요, 생각나서 물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