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갔다 집에 오는 길에 하늘을 봤더니 달빛이 너무 좋다. 가방에 매달린 열쇠고리의 짤랑거림을 음악소리처럼 들으며 집으로 와서 더 좋은건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성당에 가면 별로 아는 사람없이 쓰윽 들어갔다 미사 끝나면 휭하니 나와버리곤 했었는데 오늘따라 교리반 녀석들이 많이 보여서, 더구나 한 녀석은 뒤에서 후다닥 나와 수많은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애타게(?) 부르며 인사를 해서 무지 기분이 좋아버렸던 것인지도 모른다.
17일은 내 생일이다. 한달도 더 전에 기념일 얘기하면서 생일 얘기를 했었는데, 기억력 좋은 그녀석이 평일인 그날은 축하인사를 못하니까 미리 인사드린다며 생일을 축하해줬다. 툴툴거리며 무관심한 줄 알았는데...왠지 기뻐죽겠다.;;;;

 

집에서 차례도 안지내니 할일도 없고 실컷 책이나 읽어야겠다,라고 생각했는데 가끔 심심하면 보려고 저장해 둔 아라시숙제군도 하나 안보고 줄창 잠만 잤다. 하긴 어제 책 한 권 읽고 꾸벅꾸벅 졸면서 서평 하나 쓰고 또 책 읽다 잠들었으니 낮잠을 잔 건 당연한건지도 모르지.
추석때 책정리를 좀 해볼까, 싶었는데 책교환에 관심을 가져주는 이가 없어 이제 이 많은 책들을 그냥 싸안아야 되는구나 라고 포기의 심정이 되었다. 이제 또 무조건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으로만 책탑을 쌓아야지. 엊그제까지만 해도 방에 책이 별로 없는 것 같았는데 지금 읽은 책을 쌓은 책탑이 컴퓨터 책상 높이까지 올라오려고 한다. 이거 옆방으로 옮기고 책읽기에 전념해야겠다.


아, 내일은 이십여년전에 내가 세례를 받은 기념일이다. 거룩하게 보내야하는데... 집에서 죙일 뒹굴고 싶어 성당에도 오늘 가버렸는걸. 어쩐지 후회되기도 하는 기분.

그나저나.

달빛의 평화로움이 온세상에 넘쳐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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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4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16 1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