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언제나 300번 버스를 탄다.
그리고 나와 같은 곳에서 내린다.
나는 버스안에서 그녀를 발견하면 괜히 기쁘다.
그녀는 앙증맞은 가방을 들고 얌전하고 다소곳하게 앉아있는다.
내가 그녀를 의식하게 된 것이 언제였을까? 분명한건 내가 그녀를 먼저 의식하였고...
며칠 후 그녀 역시 나를 의식하고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어제
나는 여전히 300번 버스를 기다리면서 먼저 도착한 37번 버스를 보내고 있었다.
37번 버스가 막 출발하려고 문을 닫는 순간, 버스 앞자리에 앉아있던 그녀를 봤다.
나는 무표정하게 보내려 했지만, 그녀의 놀라는 표정을 봐버려서.. 어쩌면 나 역시 그녀를 의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그런 표정을 지어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바로 뒤에 도착한 300번 노란 버스를 탔다.
내릴 때, 조금은 쓸쓸했다.
언제나 그녀는 내 앞에 앉아있었고,
우리가 내려야 할 정류장이 가까워오면 그녀는 재빨리 일어나 하차벨을 눌러줬더랬다.
그런데 어제는
쓸쓸히 내가 벨을 누르고 혼자 내려야했다.
일상의 이런 자그마한 일들이....
나를 더 게으르게 만드는 것일까?
일이 없지만 출근은 해야하는 토욜, 그녀는 반갑게도 300번 버스를 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