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이 있게 마련이지.
묘제를 한다고 어제 음식 싸느라 (하느라,가 아니라 싸느라다. 묘에 갖고 갈 음식을 일일이 식히고 랩으로 씌우는 것을 했는데) 국이 완전히 식을 때까지 기다리느라 열두시를 넘기고 몸이 안좋아서 두시간에 한번씩 깨어나고.
아침에 산에 가는 부모님과 언니랑 집을 나서고 나는 성당으로 달려갔다. 그래, 나도 힘든 하루를 보내고 힘겹게 성당으로 갔다는 얘기가 전제로 깔린다.
그런데 - 생각하니 또 기분상하려고하네.
전례를 하려고 가던 고2녀석이 이미 자리잡고 있는 고3을 보더니 그냥 앉아버리길래, 내가 전례담당이 아니라 바로 말을 하기는 좀 그렇고 담당 교사에게 가서 '전례는 기왕이면 고2가 하는게 좋을 듯 한데...'라고 말을 꺼내는데 대뜸 고2가 어디왔냐고 말을 잘랐다. '준현이가 와 있고, 걔 시키면 되는데 일단 선생님이 전례담당이라...'라는 말을 하는데 또 잘라먹는다.
왜 자기에게 그 말을 하냐고. (내가 말했잖냐. 니가 전례담당이라 너한테 얘기한다고) 그러면서 나보고 한게 뭐 있냐고 한다. (그러는 댁은 성당에 나보다 늦게 나타났고 한게 뭐 있어?)
말을 그대로 옮기면 "내가 하고 싶어서 전례담당을 한 것도 아닌데 나보고 뭘 하라는겁니까? 선생님은 한 게 뭐 있습니까? 알아서 하십시오' 그 말을 내뱉고 상대도 안하겠다는 태도로 돌아선다. 그리고 애들에게 명령하더라.
사실, 애들이 없었다면 그 자리에서 그녀석과 한판했을꺼다. 성당안이 아니었다면 욕이라도 한마디 튀어나왔을지 모른다. '너같은 자식이 교리교사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자기 혼자 힘들고, 자기 혼자 스트레스 받고, 자기 혼자 성당의 모든 일을 한다고 생각하나? 나보다 늦게 성당에 나타났는데?
지난 주, 분명 회의시간에 전례를 담당해줬으면 좋겠다는 얘기에 흔쾌히 승락했고 - 그게 자기가 원해서 담당하게 된것이 아니라고 하면 뭐라고 해야하는데? - 혹, 책임있게 하기 힘들다고 했다하더라도 일단 공식적으로 자기가 담당이 되었으면 책임을 다해야하는 것 아닌가. 열다섯살 애들도 그런말은 안하는데, 서른 다섯이나 나이를 먹은 사람이 그런식으로 얘기를 하다니. 도무지 상대할 가치를 못느끼겠다.
그리고 역겹게도 회의 끝나고 회식자리에서 자기는 둘째여서 사회성이 좋다나? 정말 웃겨주신다.
내가 그 교리교사때문에 미사시간 내내 분심들어서 미사도 제대로 못했다는 거 생각하니 안그래도 아픈 뒷목이 더 아파서, 하찮은 인간때문에 화낼필요가 없다며 스스로 달랬다.
다들 예의바르고 성실하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건 자기가 안정이 될 때뿐이다. 그렇지 않을때? 안하무인이되는 그런 교사를 내가 감싸 줄 필요가 없어서 회의시간에 공식적으로 전례담당 교체를 요청하려다가 참았다. 교감선생님에게만 짧게 내용을 요약해서 원해서 하지도 않은 전례담당이니까 뭐라 얘기하지 말라는 식이니 담당을 바꿨으면 한다는 얘기와 동료교사로서 '니가 한 게 뭐냐'는 식의 발언은 이해할 수 없고 불쾌했을 뿐이라는 얘기를 하고 집으로 왔다.
그래도 여전히 기분은 나쁘네.
그런 자가 '글쓰기'를 잘 한답시고 선교적 글쓰기를 하겠다고 하니 한숨만 나온다.
그래, 사회성 좋은 너는 교리교사 계속해라. 난 사회성이 나빠서 너같은 녀석이랑 같이 일해먹기 힘들어서 관둬야겠다.
*** 그래도 화가나는 마음을 추스리고, 고2 준현이에게 전례를 시켰고 미사 후 준현이 엄마가 내가 그녀석에게 뭐라 말을 하고 전례해설을 하는 거 보고 '선생님이 시켜도 안할 줄 알았는데 그래도 하는 거 봐서 기뻤다'라는 말씀을 해 주셨다.
준현이 동생은 우리 교리반인데 내가 3년째 맡아서 성격도 잘 알고 많이 친해져서 성당오는 걸 재밌어하는 것 같다는 말씀도 해 주셔서 또 기뻤다.
오늘 교리반 녀석 중 한명이 날마다 '10분만 더'라는 것의 가치를 얘기하면서 '칭찬'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 그래, 역시 칭찬의 힘은 놀라운 것이다. 좋은 것만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