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순수한 미술은 없다
이지윤 지음 / 쌤앤파커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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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미술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다만 그 불순함 속에서, 우리는 매 시대 새로운 방식으로 아름다움과 가치를 합의해왔습니다. 알고리즘이 붓을 쥐고, 에이전트가 시장을 살피는 오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저는 다음 세대가 그 합의의 자리에,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넓은 문을 열고 들어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책을 읽었지만 뭔가 명쾌하게 정리되지는 않는 것 같다. 저자는 걸작의 탄생을 세번이라고 하는데, "작가의 스튜디오에서, 미술시장에서 그리고 컬렉터의 손에서" 탄생하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 문구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뱅크시의 작품들이었다. 사실 이십여년전만 해도 책을 통해 뱅크시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거리 곳곳에 그려져 있는 뱅크시의 그래피티가 사라지기 전에 영국 여행을 가는 것이 이루고 싶은 소망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뱅크시의 작품은 누구나 보고 지워지고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게릴라처럼 벽에 그려넣었더니 다음 날 집주인이 소유권을 주장하며 담벼락을 통채로 뜯어 가는 모습이 이슈가 되고 이제 2026년에는 뱅크시의 작품을 서울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23,000원의 입장료를 내고서 말이다. 


이제 걸작은 작가의 손에서 - 물론 책의 말미에도 언급되었듯이 그 작가라는 것이 비단 예술가의 작업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작가가 손하나 까딱하지 않은 기성품을 전시하고 있는 작가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작품까지 포함해서 작품이라고 칭하게 되며, 그 작품의 가치는 미술시장을 통해 값어치가 정해지게 된다. 김환기 화가의 경우 작품의 실제 값어치는 현재 거래되고 있는 경매가의 몇십배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저자의 말은, 어느만큼 더 유명세를 타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느냐에 경매가가 급상승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리고 컬렉터의 손에서 탄생하게 된다는 것에 대한 일례로 화상 볼라르가 세잔의 작품전시를 하며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세잔의 작품에 대한 세상의 평가가 달라지게 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이름은 알고 있는 고흐의 작품들 역시 시대가 변하며 높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고 하지만, 그의 사후 작품을 모으고 동생 테오와의 편지들을 정리하고 평범하지 않은 그의 삶을 더 드라마틱하게 만들며 고흐의 작품을 세간에 알린 테오의 아내 역할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런 의미에서 '순수한 미술은 없다'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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