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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을 쓰는 시간
노자 지음, 장석주 옮김 / 니들북 / 2026년 8월
평점 :
요즘은 글을 읽으면서도 생각이 다른 곳으로 흐르고 있어서 글이 아닌 글자를 읽는 느낌이었는데 뭔가 집중해보기에는 필사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문장이 유려하다는 우리 소설 필사와 어릴적에 재미있게 읽었던 영어 소설의 필사를 조금씩 해보고 있었다. 집중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필사하는데 집중하다보면 잡생각이 사라지는 것 같아 그것은 나름 좋았다. 그래서 노자의 도덕경 필사책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새로운 필사책에 도전을 해볼까..싶었다. 하지만 이전에 해오던 필사도 마무리 안되어 필사책이 쌓여있는데 또 새로운 것을 집어든다는 것에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는데 마침 옮긴이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장석주, 시인 장석주님이다. "15년의 탐구끝에 완성한 시인 장석주의 새 완역"이라고 하니 그 도덕경의 내용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고찰도 없이 무작정 책을 받고 펼쳐들었다.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
도덕경의 첫문장이다. 어려운 한자도 아닌데 도무지 이 문장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도라고 할 수 있는 도는 영원한 도가 아니다. 부를 수 있는 이름은 영원한 이름이 아니다."
해석된 말을 읽어봐도 도통 그 의미가 무엇인지 와 닿지 않는다. 슬그머니 검색을 해 보니,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도는 영원한 도가 아니며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은 영원한 이름이 아니'라는 의미이며 '인간의 언어가 진리 자체를 완전히 담아낼 수 없다는 한계를 지적하는 노자의 통찰'이라는 네이버AI의 브리핑을 읽으니 그나마 조금 설명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영원한 건 절대없어'의 가락이다. 같이 빗댈 수 없는 다른 의미의 말이기는 하지만 '모든 것은 변화발전한다'는 철학적 명제를 따라가다보면 현재의 물질이나 관계에 연연하여 집착하는 것이 덧없는 짓이며 인간의 언어와 사상으로 세상을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노자의 도덕경 첫 걸음을 이렇게 떼어보고 있다.
오랜시간 한자를 안써봐서 좀 어색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낯선 문자보다는 낯익은 문자가 떠 눈에 띄기는 한다. 도덕경 81장의 5천자 전문을 수록했다고 하니 이 책을 필사하며 한자를 익히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책의 구성은 각 장으로 구분되어 있고, 한자어와 음독이 표기되어 있고 뜻이 해석되어 있다. 그리고 한자어만 표기되어 필사 할 수 있는 노트부분이 있다.
"가장 좋은 덕은 덕이라고 하지 않으니 덕이 있다"라고 말하는 것은 전형적인 노자의 화법이라고 한다. '덕이 도의 방법적 실천이라면 자연은 도 그 자체다"(252) 라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이제야 겨우 앞장을 필사하고 있지만 天道無親 常與善人 천도무친 상여선인 - 하늘의 도는 사사로움에 얽매이지 않고 항상 착한 사람 편에 선다 (도덕경 79장)에 고개를 끄덕이며 끝까지 필사해 볼 결심을 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