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어휘력 - 언어의 한계를 넘어 마음의 세계를 넓히는 일주일 단어 수업
조아란.권희.이정윤 지음 / 페이지2(page2)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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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슬픔도 수십 개의 이름으로 안아줄 수 있다."


말없이 안아주며 다독거려주는 손동작 하나에도 수많은 말이 담겨있음을 알게 되는 것처럼, 같은 슬픔을 위로해 주는 말에도 수많은 표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업무 관련해서 상사에게 이유없이 감정적으로 까인 날, 동료가 지나가며 무심코 '밥 먹었니?'하는 한마디가 나에 대한 위로의 말임을 느끼게 되는 것처럼 평범한 한마디에도 수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책에는 '밥 먹었니?'와 같은 의미를 담은 표현들이 수없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그저 '어휘력'이라는 것에만 집중을 했다. 사전의 뜻풀이와 예제를 읽듯이 읽어나가다 문득 이건 책읽기가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고나서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프롤로그를 읽는다. 심리학에는 감정세분화 Emotional Granularity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기분이 나쁠 때 누군가는 그저 짜증을 내며 지나가 버리고, 누군가는 그 안에서 억울함과 서운함, 무기력함과 씁쓸함을 구분해냅니다. 흥미로운 건 이 구분 능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감정에 덜 휘둘리고 스트레스에도 더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것입니다. 마음을 정확히 쪼개어 표현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감정에 끌려가는 대신 감정을 다루는 사람이 됩니다."(4)라는 말에 가만히 나 자신을 들여다본다. 

직장 상사에게 까인 이유는 내가 중간보고 없이 업무처리를 말끔히 해버렸다는 것에 있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를 할 수 있는데 그것에 이미 감정이 상한 상사가 자신이 그런 업무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하며 모든 것을 원상복귀하라고 한 위력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무기력함과 화남과 자존감의 뭉개짐과 멸시 같은 감정이 한꺼번에 휘몰아쳐 서러움이 올라왔다. 업무적으로는 상사의 무능에 맞춰 나 역시 무능력하게 일을 해야했어,라고 농담을 내뱉을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역시 일처리는 제대로 끝났는데 이걸 엉망인 상태로 돌려놓으라는 것에 느끼는 나의 감정은 뭐라 해야할까...


이 책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고 깨끗하게 읽지 않아도 되고 매일 읽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되어 있다. 오랜 습성처럼 그래도 이렇게 깔끔히 정리되어 있는 책은 순서대로가 편하다며 읽기 시작하다가 어휘에 대한 공감이 줄어드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 순간부터 습성을 버리고 휘리릭 책장을 넘기다가 마음을 치고 가는 어휘를 찾아 잠시 머물러 느끼고 생각에 잠겨보곤 했다. 


힘들고 억울하고 기분나쁘고 서럽고... 수많은 감정이 느껴지는 순간에도 책을 읽고 있으면 조금은, 아주 미약한 부분일지라도 객관화된 마음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든다. 쉼표처럼 많은 어휘를 새겨보지만 지금 이순간 내게 남는 마음의 어휘는 '안티프래질'이다. 깨지기 쉬운 마음의 반대는 강함이 아니라 예측불가능함을 자양분 삼는 능력(151)이라고 한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이 찾아왔다는 건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신호다. 상처가 난 자리에 새로운 가능성이 들어설 틈이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 나는 부서지는 게 아니다. 나를 지켜오던 오래된 방식이 해체될 뿐이다."(151-152)

늘 새롭게, 라는 말은 어떤 의미에서는 이처럼 어제의 나를 해체하고 새로운 나를 세우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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