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표때문에 떨어본 기억도, 위조를 해보겠다는 생각을 해본적도, 도장받기가 두려웠던 기억도 없다.
내 성적이 최상위권에 있거나 최하위권에 있거나 우리 부모님은 별 관심이 없으셨던 것 같다. 나 역시 성적표를 보여드리면서 괜히 이런저런 잔소리(잘했으면, 더 잘해라. 못했으면, 다음엔 잘해라 는 식의)를 듣기가 귀찮아 부모님이 안계신 시간에 장롱 서랍에 놓여있는 도장을 잽싸게 꺼내 확인 도장만 찍고 학교에 제출한 기억뿐이다.
그런데, 내가 알라딘에서까지 학창시절의 '성적표'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하는 것인가.
사실 조금 더 거창하게 '알라딘의 성적표' 내지는 '나의 서재 성적표' 이야기를 해봐야지... 싶었는데 그리 거창하게 얘기할 꺼리도 없을뿐더러 한해가 지나가고 있는 이 시점에 '성적표' 이야기는 나 자신에게로 돌려야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에 생각을 바꿨다.
2007년이 매듭을 지어가고 있는 매듭달 12월에 나는 뜬금없이 내가 만든 나의 성적표를 슬그머니 만들어보고 있는것이다.
우선
날마다 울상지으며 지겹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것 같아 미치겠다.. 하면서도 여전히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는 나는 여전히 영어를 못하지만 그래도 2006년 12월보다는 영어가 조금 늘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올해 성과중 하나.
그리고
지금 현재, 161권의 책을 읽었고 어쩌면 백여권에 대한 서평을 썼을것이고... 그 많은 서평중에 이주의 리뷰를 받은 것은 꼴.랑 하나다. - 아아, 방금전까지만 해도 그많은 책을 읽고 서평을 썼는데 하나도 없다, 라고 쓰려고 했었다. 새삼 민망할 것도 없고 그냥 그런가보다 생각했지만 나름 자랑스럽게 생각하련다. 글 잘쓰는 누군가에게는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치카, 나름대로 너도 훌륭해. ^^
다른 사이트에서 우수서평으로 뽑힌것까지 하면 조금 더 있지만, 뭐.
책값으로 지출한 금액은 통장이 없어서 계산이 힘들고...이벤트로 받은 책도 꽤 있고.
여전히 게으르고 결심만 세워서 실행하지도 못하고 잠만 퍼질라 자는 나지만 그래도 나는 노력하고 있고 지금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는 지금.... 우리 자신에게 '사랑으로' 성적표를 매겨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