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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팬케익 : 뒤집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
남선우 지음 / 뉘앙스 / 2025년 11월
평점 :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팬케익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아, 물론 재미있게 읽기는 했지만 팬케익 책을 읽으며 슈뢰딩거의 고양이로 대표되는 양자역학 이야기까지 나올줄은 몰랐다. '뒤집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라는 부제의 문장은 지극히 평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어느 순간 물리학의 한 분야로 넘어가버리는 것이다. 팬케익으로 이렇게 진지할 일인가.
이 책을 읽으며 팬케이크데이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재의수요일 - 부활절 전 예수의 수난을 기억하는 기간을 사순절이라고 하는데 그 사순절의 시작을 재의 수요일이라고 한다. - 전 날을 팬케이크데이라고 한단다. 그 유래에 대해서는 이슬람의 라마단 단식기간 전에 기름진 음식을 배불리 먹는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2024년 팬케이크데이를 기념하여 서울 하늘 아래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팬케이크 레이스를 했다니, 이건 정말 웃긴 에피소드로만 넘기기에는 팬케익에 진심인거 아닌가.
이름에 대한 에피소드, 그러니까 팬케익인가 핫케익인가부터 시작해서 팬케잌이라는 이름을 가진 유명인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가볍게 읽기에는 딱 좋았는데 이야기는 양자역학에 이어 사이언스지에 실리는 논문을 인용한 '완벽한 팬케익을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기 시작하니... 아, 또 쉽지가 않네? 제빵비율과 팬케익 표면의 패턴 분류를 과학적으로 실험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려운 이야기로 우울해지려는 마음을 팬케익 사진이 위로해준다. 밥을 배불리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입맛다시며 먹고 싶게 만드는 팬케익 사진들은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왠지 알것만 같은 부드러움과 달콤함이 느껴져 자꾸만 사진을 보고 또 보게 된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가 팬케익 이야기가 곁들여지면서 특별해지는 것을 느낀다. 추천할 수 있는 최고의 팬케익 가게를 말할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맛있는 팬케익 가게를 추천받아 행복해지고 그 수많은 추억들이 쌓아놓은 팬케익을 바라보는 것처럼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러고보니 달콤한 꿀을 끼얹고 상큼한 딸기와 블루베리를 곁들여주던 그 맛있는 팬케익 메뉴가 우리 동네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사라지고 없는데... 왠지 그리움의 추억속 음식이 되어버린 것 같아 쓸쓸한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니.
나도 다시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그날을 뒤로 미루지 말고 빨리 찾아봐야 할 것 같다. 그러고보니 정말 그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뒤집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 팬케익도. 내 인생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