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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정함을 선택했습니다
안젤라 센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11월
평점 :
이 책은 영국국립정신과 심리치료 클리닉에서 18년동안의 경력을 가진 저자가 '다정함'이 왜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가 되는지 이야기하듯이 풀어놓은 책이다. 자신의 어린 시절 상처를 가감없이 담담히 풀어놓고 있는 것도 좋았지만 많은 이야기에서 동질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사실 나는 다정함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무뚝뚝한데다 그럴필요가 없는 순간에도 대문자 T 성향이 드러나는 사람이다. 5살 꼬마아이가 8살 오빠의 자기소개하는 중국어 문장을 따라하는 걸 들으면서 주위의 모든 어른들이 다 칭찬을 하는데 꼬맹이에게 넌 5살인데 왜 8살이라고 하니? 라는 말을 해서 어린이를 울리고 어른들을 당황하게 하는 내게 감성적인 친구들은 냉정함을 넘어 매정하다는 표현까지 할 정도다.
그런데 늘 매정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내게 그 안에 숨겨져 있는 다정함을 끄집어 내어 괜찮다,라는 위로의 말을 건네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저자가 말하는 다정함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은.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앵무새처럼 말을 따라하는 것을 보며 귀엽고 잘한다고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5살 아이가 자신에게 맞는 자신의 자랑거리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귀엽고 칭찬해 줄 수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나의 마음을 틀리지 않았다고 얘기해주는 것 같아 좋았던 것이다.
저자가 집단 따돌림이나 폭행을 당했다거나 영국의 어린아이가 의도치않게 자신과 다른 모습의 저자를 보며 동양인을 비하하는 찢긴 눈 표시를 한다거나 어린 딸이 비교당하고 차별을 받았다거나... 이런 이야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자신을 사랑하며 타인을 배려하고 무례함에 대해 예의로 넘겨버릴 수 있는지에 대한 나의 마음과 태도가 중요한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계속 나 자신의 모습을 생각해보게 되기도 하고, 내가 잘 해내고 있다고 격려해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나 자신일 수 있는 자신감과 나 자신이 좋아하지 않고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밝히며 의견충돌이 있다해도 그것이 곧 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다정함'을 아낌없이 받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