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 애원하는 눈으로 교사를 본다. 너무나 두려워 말도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만 젓는다. 대신 말을 하는 건 소년이다.
「저희를 고발하시면 저흰 죽어요.
그 말에 소녀는 아기를 더 꼭 끌어안는다. 울음소리가 잦아들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들이 바로 경찰이 찾는아이들일 것이다. 교사는 그 이유를 짐작할 수밖에 없다.
「제발요·······」 소년이 말한다.
제발 뭐? 교사는 생각한다. 제발 법을 어겨 달라고? 제발 학교를 위험에 빠뜨려 달라고? 아니다. 전혀 그런 게 아니다. 그가 실제로 하는 말은 이것이다. 제발 인간이 되어 주세요. 너무도 많은규칙과 통제에 둘러싸여 살다 보면 우리가 바로 인간이라는사실을 잊기 쉽다. 그녀는 얼마나 자주 연민이 편의에 자리를내주는지 안다. 그런 경우를 자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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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나만큼 오래 살다 보면 알게 되는 건... 사람들이 완전히 선하지도, 완전히 악하지도않다는 거야. 우리는 평생 어둠과 빛을 드나든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빛 속에 있어서 기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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