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부주의해도 나를 죽음에 몰아넣을 힘에 그렇게 가까이 다가서 있는 동안, 쉰일곱이라는 나이에 내가 아직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생명을 지니고 있음에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누구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가할지 모를 해악에 대해 용서하는 마음이 들었다는 점이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파도의 저수지를 응시하고, 너무도 진지하게 폭풍우를 상대하는 신천옹들을 바라보던 그 순간, 나는 내가 다른사람들에게서 가장 존경하는 부분, 바로 그들의 변함없는 인자함과 침착함에만 초점을 맞출 수 있었다.
태평양에서 쿡이 한 경험과 맥도널드가 한 경험을 돌이켜보고, 내 작업실에 있는 M-130 모형을 바라보고, 쿡의 레절루션호를 이루는 세세한 부분들에 대한 나의 매혹을 생각하다보니내가 삶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이런 수송 수단에 대해 각하며보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야 할 때가 왔을 때, 우리를 위한키잡이가 되어주는 건 어떤 유형의 사람일까? 그리고 우리는 이항해사를 신뢰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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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경 속에 들어오고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 때, 나는 내가공황이나 불안 없이 평소처럼 생각하고 있고 긴장도 풀렸음을깨달았다. 오랫동안 나에게 공포의 이미지였던 것이 이제는 뭔가 다른 것, 어떤 완벽함의 이미지로 변모해 있었다. 여기에는지구의 근본적인 야생성이 있었고, 윌리엄 블레이크가 말한 혼돈 속의 신성함에 대한 감각이 있었다. 폭넓은 여행 경험이 있는 한 친구에게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는일에 대한 나의 두려움을 이야기하자, 친구는 자기도 드레이크해협에서 내가 겪은 것과 비슷한 폭풍우를 만난 적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때 신의 얼굴을 보았다네." 그 여행에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유리 상자에 든 포경선 모형이 전과는 다르게 보였다. 노는 노걸이에 걸려 있고 돛은 펼쳐져 있다. 배에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 나는 이 구조에서 대담함을 감지했고, 악천후에도 전복되는 걸 막아줄 노련한 항해 기술을 상상했다. 그 배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핵심요소인 구조적 견실성을 나는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핸시애틱호의 상갑판에 올라 폭풍우를 바라보던 그 시간의기억 중 가장 미묘한 것은, 조금만 부주의해도 나를 죽음에 몰아넣을 힘에 그렇게 가까이 다가서 있는 동안, 쉰일곱이라는 나이에 내가 아직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생명을 지니고 있음에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누구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가할지 모를 해악에 대해 용서하는 마음이 들었다는 점이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파도의 저수지를 응시하고, 너무도 진지하게 폭풍우를 상대하는 신천옹들을 바라보던 그 순간, 나는 내가 다른사람들에게서 가장 존경하는 부분, 바로 그들의 변함없는 인자함과 침착함에만 초점을 맞출 수 있었다. 태평양에서 쿡이 한 경험과 맥도널드가 한 경험을 돌이켜보고, 내 작업실에 있는 M-130 모형을 바라보고, 쿡의 레절루션호를 이루는 세세한 부분들에 대한 나의 매혹을 생각하다보니내가 삶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이런 수송 수단에 대해 각하며보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야 할 때가 왔을 때, 우리를 위한키잡이가 되어주는 건 어떤 유형의 사람일까? 그리고 우리는 이항해사를 신뢰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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