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세뇨르라고 부르지 마세요, 제발. 그리고 저희는 보험이 없어요.˝
˝그러게 진작 보험을 들어놨어야지요, 세뇨르 히메네스,
꼭 이렇게 일이 터진 다음에야 울고불고한다니까요.˝
그에게 바라는 것은 집과 거리를 지나쳐 시신을 옮기는일을 품위 있게, 존중하는 마음으로 해달라는 것뿐일 텐데,
이 후안무치한 작자는 온 세상이 보는 앞에서 마르가리타의 뺨을 때리고 있었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정하고, 그 사람을 완전히 벌거벗겨 조롱하는 일. 상대의 괴로움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가 어떤 사정이 있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싸그리 무시한 채 권력을 휘두르는 즐거움 때문에 상대를 납작하게 눌러버리는 것. 내가 그런 구체적인 굴욕을 분명하게 목격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순간 내 안에는 ‘우리 여자들‘이라는 감정,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강렬한 유대감이 생겨났다. 내 모든 유령, 내 모든 두려움이차가운 손을 내 등과 목, 창자와 두 다리 사이, 눈 위에 올려놓고 꽉 조여왔다. 나는 마르가리타 때문에 두려웠고 나 때문에 두려웠다. 그렇다. 우리는 같은 숲에 속해 있었다. 끔찍하고도 아름다운 특성을 공유하고 있었다. 맞다. 마르가리타는 아름다웠다. 삶에 대한 어린아이의 공포 때문에 환상에 사로잡혀 내가 눈이 멀었었다. 나는 펠루카, 그러니까 마리아가 깊게 패인 피부, 흉터투성이 얼굴로 분명한 경계를 설정하고 두려움 때문에라도 자신을 존중하게 했던 것,
아주 멀리서밖에는 자신을 조롱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것을잠깐 동안 떠올렸다. 빌어먹을 공무원 녀석 앞에서 마르가리타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하지만 가슴을 쥐어뜯으며 울음을 참느라 찡그린 탓에 더욱 확연히 부어오른혹들 때문에 그녀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존엄하고 강해보였다. 지옥을 정복해버린 덕에 누구에게도 구출받을 필요 없이 타르타로스˝를 건널 수 있었던 여인의 이미지였다.
나는 마르가리타의 얼굴에 솟아나 있는, 잘못 주입된 실리콘 혹들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남은 것들이며,
내가 지금 그렇듯 그녀도 한때 나만큼이나 목마르게, 또 나만큼이나 필사적으로 아름다움을 갈망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르가리타처럼 되는 것은 저주가 아니라 선물이었다.
그토록 선명한 상처를 기도처럼 지니고 다니는 것은 숭고함을 향한 열망을 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서원식 날수련수녀가 수도원장 수녀님께 입을 맞추듯 그녀의 얼굴 울퉁불퉁한 곳 하나하나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고 싶었다.8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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