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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데트의 노래
프란츠 베르펠 지음, 이효상.이선화 옮김 / 파람북 / 2024년 9월
평점 :
천주교 신자에게는 익숙한 이름이지만 '베르나데트'가 낯선 사람들에게는 '베르나데트의 노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것이다. 이 책은 신앙의 눈으로 본다면 기적의 이야기이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환상과 과학적인 증명이 되지 않은 기이 현상 정도로만 보일지 모르는 일에 대한 이야기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산골에 학업은 물론 삼위일체조차 알지 못하는 소녀 베르나데트는 엄격한 마리 테레즈 보주 수녀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천덕꾸러기일뿐이었다. 그런데 정말 오묘하게도 훗날 베르나데트가 수녀원에 수련수녀로 들어갔을 때 그곳에는 이미 보주 수녀가 수련장으로 있었고 그녀는 여전히 보주 수녀의 신뢰를 받지 못하며 지냈다. 하지만, 물론 성급한 결론이라고 말하지 않더라도 이미 루르드의 성모님 발현에 대한 이야기는알려져 있으니, 보주 수녀의 이야기는 악마의 변호사와 같은 역할을 하며 베르나데트의 오상과 기적의 치유에 대해 끝까지 의심을 멈추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로인해 루르드의 기적이 진실임을 보여주고 있게 되었다.
"마리 베르나르드, 당신의 경우는 달라요. 하늘에서 선택한 사람이라면 나의 책임은 당신뿐만 아니라 하늘에까지 미치는 것이죠. 당신은 열네 살 때, 마치 놀고 있는 아이가 햇살을 받듯 알 수 없는 은총을 입었어요. 하지만 은총의 신비는 거기에 있습니다. 하늘에서 정하실 뿐 우리가 은총을 입을 가치가 있어서 내리는 게 아니지요."(541)
왜 루르드라는 산골에 사는 베르나데트에게 푸른 옷의 여인이 나타난 것일까. 성모님의 발현이 로마 교황청에서 공식 승인이 나기 전 많은 이들이 의심과 불신으로 베르나데트를 집요하게 괴롭힐 때 베르나테트는 푸른옷의 여인을 보았다,라고 했지 성모님을 봤다며 자랑한 것이 아니었다. 책을 읽다보면 이 소설은 - 소설이라고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푸른옷의 여인을 보았다거나 성모마리아가 발현했다거나 기적의 치유가 이루어졌다거나에 대한 증명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천주교 신앙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루르드의 성모님의 이야기를 의심없이 믿음으로 그냥 받아들이고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들을 알게 되면서 현시대에 기적이란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세속적인 셈법 -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수많은 숙박업소와 부대시설로 인한 수익사업을 생각하게 되고, 확실하지 않은 기적을 믿어야하는지, 악마의 장난이라 치부해야하는지 확신할수도 없어 많은 것들을 숨기고 싶어하고, 기적의 치유가 아니라 거짓과 착각과 환시로 인한 부정 행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과학적 증명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저자는 소설의 형식을 통해 이 많은 것들을 이야가하며 오히려 더 객관적으로 성모의 발현을 보았다는 베르나데트에 대한 끊임없는 의구심을 던지며 결국은 루르드의 기적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