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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다정한 책장들 - 24개 나라를 여행하며 관찰한 책과 사람들
모모 파밀리아 지음 / 효형출판 / 2024년 6월
평점 :
언젠가 독일을 여행하고 있을 때였다. 일행을 기다리느라 잠깐의 시간이 있을 때 마침 바로 앞쪽에 서점이 보여서 친구에게 잠깐 서점에 들어갈까? 했더니 독일어도 모르는데 서점에 가서 뭐하냐 라는 핀잔을 듣고 일없이 약속시간까지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다 되어갈 때 만나기로 한 일행중 몇몇이 서점에서 나오고 있었다. 뭐 했냐고 물었더니 그냥 책구경 했다고. 그리고 그 중 한명은 양장본 책을 꺼내면서 독일어는 모르지만 그림은 볼 수 있는거니까, 하면서 고전명화 도판이 담겨있는 미술책을 보여주면서 반액할인이라 커다란 컬러 도판이 있는 양장본을 만원정도의 금액으로 구입했다고 자랑했다. 그 순간 머쓱해하는 친구와 눈이 마주쳤고 말 그대로 '책 구경'이라도 하겠다는 주장을 하지 못한 내 탓이지 하고 말았다.
사실 이제는 외국 여행을 할 때 그 나라의 언어를 알아야만 도서관에 가거나 서점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말이 필요없는 그림책은 당연히 이해하며 볼 수 있는 것이고, 우리말로 번역된 책이 그 나라에서는 어떤 표지 디자인으로 출판되었는지, 그 나라 말로 번역된 우리 작가의 책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그래서 유럽 여행을 한 것도 부러운데 특별한 목적, 그러니까 각 나라의 도서관과 서점을 찾아다니는 여행이란 얼마나 부러워할 일인가, 생각했다.
이 책은 휴직계를 낸 아빠와 작가인 엄마와 두명의 아들, 가족 네명이 함께 유럽의 도서관 순례 여정을 담은 책이다. 긴 글로 설명할 필요없이 각각의 도서관과 서점의 분위기는 여러장의 사진을 통해 직접 보여주고 있는데 사실 그 부분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가기는 했다. 사진 속 번역된 최신간의 표지와 똑같은 표지 모습을 보면서 새삼 번역 기간의 시차를 느끼기도 했지만 왠지 읽지는 않았지만 너무 친근한 느낌에 반가움이 느껴졌다. 우리나라 서점에서도 - 작년에 동네 작은 도서관을 찾아갔더니 그곳에서도 하나의 이벤트로 진행을 하고 있었는데 - 했었던 블라인드 판매를 마케팅으로 하는 서점이 있다는 것도 반가웠다. 몇개의 문장, 키워드, 느낌으로 선택한 책이 내 맘에 드는 순간 그 선택의 기쁨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친필로 쓴 추천서 같은 것도 이미 우리나라 독립서점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것이라 놀랍지는 않지만 그래도 왠지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읽기 힘든 필기체여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너무 유명해 입장하는 것도 기다림의 인내를 가져야하는 서점도 있지만 그곳보다 동네 도서관을 찾아가는 재미도 남다를 것 같았다. 도서관의 책을 둘러보고 나오려고 하는데 할머니 사서가 어딘가로 전화를 해 다그치듯 하더니 영어로 도서관 안내를 해 줄 수 있는 젊은 사서가 나타나 더 자세히 설명을 해 줘 국빈대접을 받은 것 같다는 그 기분은 어떤 것일까 생각하니 정말 남다른 경험을 한 이 가족의 여행이 너무 부러워진다.
책을 읽는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지만 그러지 못한 모습을 보기도 하고 더 많은 좋은 것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활용하지 못하는 우리의 책문화에 대한 안타까움을 말하기도 하고 세계적인 책 문화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와 서점의 마케팅, 도서관 사서나 서점 주인의 책에 대한 애정 등등 많은 이야기들과 사진이 어우러져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그리고 눈으로 볼 수도 있는 다정한 책장은 말 그대로 유럽의 수많은 책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좋아진다. 더구나 나로서는 쉽게 가 볼 수 없는 곳들이 많아서 내가 여행을 가게 된다면 어떤 곳을 가볼 수 있을까 상상으로나마 계획을 세워보는 것 역시 즐거운 마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