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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 축일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4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인간의 노력이란 얼마나 신묘하며, 그 보상은 또 얼마나 갑작스럽고도 과분하게 돌아오는가! 캐드펠은 생각하며 떡 벌어진 입을 다물었다. 아니, 과분하다는 표현도 어울리지 않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겸손하게 제 일을 하던 마크 수사에게 이런 보상이 떨어졌으니 말이야"(242)
캐드펠 시리즈를 읽은 사람이라면 마크 수사가 어떤 인물인지 알 것이다.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마크 수사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겠지만 이번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며 마크 수사에 대한 문장을 먼저 쓰는 것은 범인에 대한 결정적인 정보를 언급하는 것이 바로 마크 수사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자신은 그것이 어떤 의미의 말인지 모르겠지만.
성 베드로 축일 즈음하여 슈루즈베리에 거대한 장이 열리는데 그곳에서 장사로 한몫을 잡으려는 상인들이 상품을 가득 싣고 모여들고 있다. 오랜 전쟁으로 인해 도로가 무너지고 그에 대한 수리를 위해 마을 주민들은 복구비의 일부를 상인들에게 부담시켜 수도회에서 비용을 거둬들여 줄 것을 요창하지만 새로 부임한 수도원장은 이전부터 행하던 관례대로라며 그들의 제안을 거절한다. 그로 인해 반감을 갖게 된 마을의 젊은이들이 축제의 장에서 난동을 부리게 되는데 그들의 무리 중 시장의 아들인 필립이 상인 토마스와 마찰을 일으키게 된다. 그런데 다음날 토마스는 단검에 찔린 채 알몸으로 수로에 빠진 시체로 발견되고 그 전날의 사건으로 필립이 범인으로 지목되는데.....
토마스가 슈루즈베리로 함께 데리고 온 조카딸 에마는 행정관 휴 베링어 부부의 보호를 받으며 살인범의 행방을 찾는데 뭔지 알 수 없는 행동을 하고 그녀가 찾아간 상인 역시 사체로 발견되어 의구심은 더해만 가고......
전체적인 줄거리는 살인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것이지만 그 배경에는 당시 왕권쟁탈을 위한 모드왕후와 스티븐 왕의 정쟁으로 인한 정치적 음모를 가진 사람들이 있고, 자신의 야욕을 숨기고 거짓으로 사람을 대하는 이도 있고 정치적인 것은 모르지만 자신의 작은 실수로 인해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 신중을 기하는 사람도 있고...
살인범을 찾아가는 과정이 주된 줄거리를 이루지만 그 안에서 여러 인간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상황과 성품들이 드러나는데 이 시리즈를 읽을수록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은 캐드펠 수도사뿐만 아니라 주위의 등장인물들의 인품이 드러나면서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느껴지고 각각의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정의감과 사랑에 대한 묘사가 각각의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갖게 하며 이야기를 더 흥미롭게 끌어가고 있다.
많은 이야기를 하면 재미가 반감할수도 있으니 좀 멀리 돌아서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의 새로 부임한 라둘푸스 원장은 원칙을 고수하며 타협의 여지가 없어보이나 마지막에 사건이 해결되고 난 후 마을주민들에게 수익분배에 대해 다시 언급하는 모습에서 마을공동체와 떨어질 수 없는 수도회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이 시리즈의 전반에 흐르는 소소한 흥미로움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