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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를 떠나면 어른이 될까요? - 숨을 쉬는 이유를 찾고자 떠난 여행의 기록
이재휘 지음 / 대경북스 / 2024년 6월
평점 :
흔히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하게 된다면 일단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고들 말한다. 모든 일에 그렇게 말을 할 것은 아니지만 여행을 떠나는 것에 대해서는 일단 떠나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이 책의 저자 역시 후회하지 않기 위해, 무엇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인생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세계여행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떠난 여행의 이야기가 이 책 '여기를 떠나면 어른이 될까요?'에 담겨있다.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가정을 꾸려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을 포기한 삶을 후회하지만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그 역시 후회를 하며 살았을 것이라고 하는데 어쩌면 그래서 그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다고 표현하는 것 같다.
여기를 떠나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나는 후회없는 삶이었음을 인정하게 된다면 그것이 어른이 되는 순간이 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어쨌거나 그렇게 후회없이, 인생의 답을 찾기 위해 세계 여행을 떠나고 그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삶의 모습과 풍경들을 시적인 언어로 이야기한 것이 바로 이 책 '여기를 떠나면 어른이 될까요?'이다.
사적인 일기같은 느낌이라 조금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여행에세이라 할 수 있는데 세계 곳곳의 풍경이 담겨있는 사진은 솔직히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직접 봤었던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곳은 추억에 잠기며, 가보지 못한 곳의 풍경은 미래에 가보고 싶다는 소망으로 사진에 더 집중하며 책을 읽었는데 결국 인생의 답은 각자가 찾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행에 중점을 두고 사진에 감탄하며 설렁설렁 읽었지만 몇가지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있다. 일몰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가던 길에 만난 강아지의 안내로 현지인 스팟처럼 훨씬 더 멋진 일몰을 보게 되었다거나 현지의 삶을 체험해보기 위해 지인의 소개를 외면하고 현지인이 운영하는 사파리 투어를 신청했다가 음식이 전혀 맞지 않아 고생한 이야기도 있지만 쿠바에서 너무나 맑은 공기 속에 장대비가 쏟아지는 거리 한복판에서 그 비를 맞았다는 이야기는 살짝 쾌감을 느끼게 한다.
'태어난김에 세계일주'라는 티비 프로그램에서 마다가스카르에 간 이들이 한밤중에 쏟아지는 빗줄기 속으로 뛰어들어 아이들처럼 즐거워하던 그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고. 아주 오래전에 나는 우산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장대비를 맞으며 버스정류장에서 집으로 걸어갔는데 흠뻑 젖으면서도 기분이 좋았던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서인지 그 정상적이지 않은 장면이 왠지 행복하고 평화로움을 전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수많은 여행을 떠났지만 여전히 어른이 되지 못했다,라고 하지만 사실 그게 뭐 중요한가 싶다. 이러나 저러나 후회,라고 하지만 세계여행의 여정에서 수많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면 그것 자체로 후회없는 삶이라고 할 수 있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