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을 뜰 때는 서두르지 않는편이 좋다. 눈발이 날리는 추운 날씨에 꽁꽁 얼어붙은 작은손을 녹이고 싶을 때 급하게 장갑을 뜨면, 콧수를 줄이게되거나 손목을 너무 짧게 뜨거나 하는 바람에 모양만 그럴듯한 아주 엉망인 장갑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필요에 맞는 장갑이 나올 때까지 여러 켤레를 뜨게 될 테고, 그 과정이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장갑은 5월에 뜨자. 시간을 갖고 여유롭게 뜨자.
새로운 접근법과 디자인에 도전하고, 그것을 즐기자. 뜨개를 안 하고는 못 사는 이들에게 더운 날씨는 방해 요소가아니다. 큰 프로젝트를 무릎에 올려놓고 뜨려면 무겁고 더울 수 있겠지만, 장갑이나 양말처럼 작은 것들은 야외에 가지고 다니며 뜨기도 쉽고 엄청나게 빨리 완성할 수 있다.
완성한 후에는 잘 보관하고 있다가 때가 되면, 이를테면 내년 겨울 즈음에, 마음껏 착용하면 된다.
장갑은 낄수록 느슨해진다는 슬픈 사실을 기억하자. 작은 사이즈는 특히 그렇다. 그러니 오른손과 왼손을 바꿔 낄수 있도록 만들자. 엄지손가락이 손바닥이 아니라 장갑 옆면에서 튀어나오도록 뜨면 왼손과 오른손을 바꿔 끼는데에 문제가 없다. 이렇게 하면 줄임단에 올 때까지 엄지손가락이 어디에서 나오게 해야 할지 고민하며 뜨지 않아도 되고, 왼쪽과 오른쪽이 똑같은 장갑을 만들 수 있다. 장갑 세개를 한 세트로 선물하는 다정함과 선견지명이 있다면, 처음 하나를 잃어버려도 문제 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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