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 활자중독자 김미옥의 읽기, 쓰기의 감각
김미옥 지음 / 파람북 / 2024년 5월

한때 나는, 아니 어쩌면 지금도 타인이 책을 읽고 있으면 그 책이 어떤 책인지 관심을 갖게 된다. 평소 책을 잘 읽는 사람은 내가 모르는 어떤 책을 읽고 있을지 궁금해서, 책을 읽지 않던 사람이 책을 읽으면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저 사람에게 책을 잡게 했을까 궁금해져서 흘끔거리며 살펴보는데 이미 내가 알고 있는 책 표지라면 왠지 모를 안도감을 갖게 된다. 새로 출간되는 모든 책을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읽어 볼 책을 찾기 위해 신간 홍보를 자주 들여다보던 시절 도서정보에 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았던 내게 서평집은 날마다 쏟아져나오는 신간들 중에서 내가 먼저 읽어보게 될 책을 골라내기에 딱 맞춤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일까 서평집을 멀리하게 된 것은.

새로운 책, 좋은 책, 읽어야 하는 책들에 대한 정보는 온라인을 통해 넘쳐나게 많았고 내가 책을 읽는 속도를 따져 볼 겨를도 없이 늘 흥미로운 책은 새롭게 등장하니 오히려 안목있는 사람의 추천이 더 필요했던 것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책읽기는 언제나 취향을 먼저 따르는 것이니 반드시 읽어야하는 책도 없고,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찾지 못하는 것도 아니어서 오히려 의무감처럼 따르게 되는 타인의 독서 취향이 아닌 나 자신의 선택을 더 선호하게 되면서 서평집에 대한 흥미를 잃은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니 쉽게 얻을 수 있는 책들이 많아지면서 그저 닥치는대로 읽게 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활자중독자' '스타서평가' 김미옥,이라고 하는데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니 내게 스타로 느껴지지도 않고 새삼스럽게 서평가의 서평집을 읽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런데 우연찮게 책추천책 - 편성준의 [읽는 기쁨]을 읽으면서 언급된 김미옥이라는 이름에 갑자기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라는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수많은 추천책들을 접하면서 역시 아직 내가 읽어보지 못한 책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책추천을 위한 책이 아닌 그저 자신의 이야기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놓는 글이 궁금해진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그저 단순한 감상문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지만 책을 읽으면서 김미옥이라는 사람의 글쓰기에, 그 사람의 삶에 대해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나의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될만큼 이 책은 인상적이었다. 

책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좋지만 그 책을 읽으며 사유하는 과정을 읽거나 책을 읽고 쏟아져나오는 독자 김미옥의 삶과 생각과 생활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더 좋았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그 책을 읽고 나의 사유는 어떻게 변화되어 갈까 궁금해지는 것이 좋았다. 뭔가 책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단순히 책이 아니라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읽어보고 싶은 책은 많았지만 최대한 장바구니에 넣는 것을 참아가면서 고르고 또 골라봤는데 - 물론 지금 바로 읽어보고 싶은 책들을 고른 것이기는 하지만 이것 또한 언제가 될지 장담할수가 없다. 그중에서 케테 콜비츠 평전은 늘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지금까지 왔는데 더 미루지 말고 구매목록에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어떤 책일까 궁금했었는데 다른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그녀의 자화상이 있다는 것으로도 소장의욕을 갖게 하고 있다. 

출판연도를 보고 뜻밖에 2008년에 이미 추사 작품의 진위논란에 대한 책이 출간되었다는 것- [추사정혼]- 을 알게 되었는데 그 책 역시 궁금하다.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뉴스시간마다 언급이 되었던 천경자 화가의 미인도 위작 논란에 대해서는 알고 있을텐데 많은 사람들이 했었던 그 평범한 생각, 화가 자신이 맑은 정신으로 자신의 작품을 몰라볼수가 없다,라는 것 - 화가 자신이 위작이라고 하는데 감정평가사가 당신이 그린 작품이 맞다고 우기는 웃긴 상황에 대한 논란이 오래전부터 언급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한민국은 기관이 예술가를 통제하는 세상이고 예술이 곧 돈으로 환산되어야 가치가 있는 세상이고 국가유산이라는 신윤복의 그림이 이미 수년 전에 도난당했는데도 2024년이 되어서야 기사화되는 세상이다.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어서 하나하나 각 세우며 언급하기는 힘들지만 책을 다 읽은 내 느낌을 이야기하자면, 그냥 감을 넘은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여러 의미에서 흥미로움 가득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