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시간은 우리에게 미래를 준 적이 없다.
내년 봄을 약속해 주지도 않고, 대비하라는 경고도 없다.
그냥 지금 이 순간만 줄 뿐이다. 그런데 우린 이 보장 없는 미래에 늘 발목이 잡힌다. 그렇다고 미래를 그리지 않고 현재를 살아갈 방법이 있나? 내 소박한 답은 이렇다.
지금의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미래를 꿈꾸어야 한다. 예쁜봄을 상상하는 지금이 행복하다면 그 미래가 오든, 오지않든 상관없이 지금의 나를 위해 꿈꾸어 볼 일이지 않을까. 설령 봄이 와주지 않아도 오늘 내가 행복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 P33

인생의 정점을 언제로 봐야 할지 모르겠지만 쉰을 넘기며 이제는 불을 꺼야 한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욕심과 성장의 불을 끄고, 천천히 식어가도 괜찮을 수 있는나를 종종 그려본다. 늙어감이 서러워서인지 ‘동안 얼굴,
‘동안 몸매‘에 집착하는 세태에 나도 흔들릴 때 있지만, 다시 또 맘이 돌아선다. 내 삶에 찾아오는 가을을 막을 이유가 있겠나. 정원에 찾아오는 가을처럼 나의 나이 듦도 충분히 따뜻하고 아름다울 수 있으니 잘 철들어보자고, 그렇게 나의 늙어감을 가을과 함께 다독여 본다. - P44

식물의 강력한 힘은 저항이 아니라 순응하여 진화하는 데 있다. 식물들은 우리가 심어준 자리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거기에서 살아갈 방법을 최선을 다해 찾아내고, 정말 강하고 집요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니우리만 애절하게 반려라고 우길 뿐, 식물 입장에서는 우리와 함께할 맘이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만만했던 정원이 화초, 잡초 어느 것 하나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없다는걸 깨닫게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결국 우리의 이기심이가득한 정원이지만, 그래서 반려가 될 수 없는 곳이지만,
정원은 내 삶과 묵묵히 동행하는, 내 맘대로 안 되는 작지만 커다란 우주이기도 하다. - P67

우리도 일생 동안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선택에 따르는 결과에 쾌재를 부르며 즐거워도 하지만, 좌절하고 후회도 한다. 엄밀히 말하면 그 모든 선택에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할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선봉에서서 싹을 틔웠던 씨가 잘못이 없듯이, 영양이 부족하여꽃 피우기를 포기한 식물에게도 잘못이 없듯이, 우리의선택도 그저 최선만 있을 뿐 그 결과의 값을 책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최선을 다해 잘 생존하였다면 그걸로충분히 잘했다고 위로해 주면 된다. - P89

장미만 예쁠까. 마의 정원에 피어난 모든 꽃은 다 예쁘다. 나의 정원에 내가 심은 모든 꽃처럼, 이 우주에서의 나의 존재도 그 자체로 아름다울 것이라고 믿는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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