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지 않은 날
이나 소라호 지음, 권남희 옮김 / 열림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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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지 않은 날, 아무것도 아닌 날... 이런 날의 의미가 뭘까, 라는 생각을 십여년 전에 했다면 무의미하게 흐르는 일상의 하루 그 이상은 없었을 것 같다. 그런데 나이를 좀 더 먹고,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갈 때마다 조금씩 신체기능이 떨어지고 혈액검사만으로도 알 수 있는 건강이상 수치들을 들으며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 것 처럼 이야기하는 의사선생님을 만나는 날들이 많아지면서 '특별하지 않은 날'이 품고있는 일상의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5주에 한번 혈액검사를 하고 수치에 맞는 와파린 약을 받아오는 날이 이어지는 평화로움이 깨지는 순간 불안의 나날을 보내야 한다. 그런 우리에게 특별하지 않은 날은 행복한 날들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그런 결에서 우리의 삶 속에서 누구나 현실감 있게 느껴지는 일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것이 묘하게 따뜻한 미소를 짓게 된다. 젊은 시절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지만 나이들어 류대폰 사용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 관심을 갖지 않다가 휴대폰으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항상 자신의 옆에 있는 아내의 사진을 찍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짧은 에피소드가 노부부의 가정에서, 초콜릿 가게에서 일하는 점원들의 이야기,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역할만 하다가 자신도 엄마에게는 사랑스러운 딸이라는 걸 보여주는 장면 등은 잔잔한 에피소드를 읽어내려가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마음을 툭 울리는 감동과 깨달음을 준다. 긴 말이 필요없는 감동의 한 장면,이 있어서 그런지 소설책이 아니라 만화 그림 컷으로 단순하게 표현하는 그 한장면이 더 마음에 확 와 닿는 것 같기도 해 만화를 읽는 느낌이 너무 좋다. 


공감이 되는 이야기들인데 그중에서도 특히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툭 내뱉은 말 한마디가 상대방에게는 상처가 될수도 있고 오해가 생겨 화를 내게 되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완전 내 얘기같아서 일기장을 보듯 읽은 에피소드다. 누구에게나 다 친절할 필요도 없고 이유없이 화를 내는 상대방에게 호의를 가질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무작정 화풀이 대상이 되었을 때 내게 잘못이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어쩌면 그 사람에게도 화가 나는 어떤 이유가 있을지 모른다 라는 생각을 하다보면 많은 상황에서 너그러워진다. 특히 무엇보다 내 잘못이 아니야,라는 것이 가장 크다. 


"나이를 먹을수록 다양한 경험을 해서인지 지금 눈앞에 있는 것들이 무엇보다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붙인 '특별하지 않은 날'이라는 제목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이 책을 읽은 뒤에 소중한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신다면 무척 기쁠 겁니다."(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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