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달리는 아이
제리 스피넬리 지음, 김율희 옮김 / 다른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멘!
이 책은 내게 아멘이 되었다. 누군가 정말 감동적인 일을 해 줄 때 '아멘'이라고 한다는 제프리의 표현을 빌어쓰면 말이다.
물론 기독교인이든 기독교인이 아니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멘'의 기도문의 끝에 - 그러니까 어릴 적 장난감 무전기에 대고 말이 끝났음을 알리는 '오바'처럼 그 끝을 알리는 말이 아멘임을 알 것이다.
그런데 기도문의 끝에 습관처럼 붙이는 '아멘'을 아주 감동적인 단어로 바꿔버렸다. 내가 종교를 갖고 있어서 더 깊이 있는 말처럼 느껴졌는지도 모르지만.

제프리가 태어나서 세살이 되었을 때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셨고, 그를 맡아서 키운 숙부와 숙모는 단지 이혼을 용납하지 않는 종교 - 천주교의 교회법이란 때로 너무 우습게 모순적이다 - 때문에 문서상으로는 부부지만 실질적으로는 이혼한 부부이다. 그런 곳에서 '가족'이 뭔지 느낄 수 없는 제프리는 열한살이 되었을 때 집을 뛰쳐나갔다.
나는 적어도 이정도의 글을 읽고 이 책이 블랙코미디인 줄 알았다. 그 표현들이 우스꽝스럽고 재미있지만 안에 담고 있는 내용은 너무 신랄하고 비관적이어서 냉소를 띄우기조차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다. 제프리의 환경은 그토록 극명하게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지만, 그속에서 살고 있는 제프리는 외계소년처럼 묘사되고 있다.
나와 같거나 혹은 다르거나라는 이분법적인 비교가 필수처럼 되어버린 이 세상에서 나와 다른 너,를 밀어내는 삶이 아니라 '내가 있고 너가 있고 그래서 우리가 되는 것이다'라는 세상을 살고 있는 제프리는 분명 외계소년이 분명할 것이다. - 그가 외계소년이라는 증거는 달리기에서도, 야구에서도, 미식축구에서도 드러난다.
아니 뜬구름잡는 이야기처럼 외계소년 어쩌구 하는 이야기는 이만하도록 하자. 외계소년이라는 말을 꺼낸 이유는 제프리의 고달프고 불행한 삶이 고통이거나 비관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나를 즐겁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나를 즐겁게 해 준 제프리의 대단한 활약상은 자세히 설명하지 않으련다. 내 설명이 아니라 제프리의 생활을 직접 느끼기를 바라니까.

나는 지금도 제프리가 만들어낸 매니악 매기의 전설을 떠올리면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무엇이든지 다 해내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가진 매니악의 온갖 활약상은 재기발랄하면서  흑과 백으로 나뉜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이게 한다. 그리고 '가족'이 무엇인지 콧날이 찡하게 느껴버리게 한다. 내 안에서 무엇인가 뭉클한것이 울컥거리며 올라올 때쯤, 제프리가 까만 페인트로 그들의 집 주소 101이라는 숫자를 마구 지워버릴 때에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렇지만 제프리의 이야기는 쓸쓸한 슬픔이 끝이 아니다. 분명히 제프리의 이야기는, 아니 매니악의 전설은 해피엔딩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어른들의 이분법적인 흑백논리는 결국 맑은 영혼을 가진 아이들에 의해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서로 비교하지도 않고, 아무 조건 없이 진짜 '가족'이 되는 것이다.

나를 믿고 매니악 매기의 전설을 읽어보시길. 분명 매니악 매기의 이야기는 '아멘'이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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