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 정진영 소설집
정진영 지음 / 무블출판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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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라는 제목에 끌려 관심을 갖게 된 소설집이다.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내가 요즘 괴로운 밤을 보내고 있는데 춤을 춘다는 건 한풀이일까..라는 쌩뚱맞은 생각을 하면서 책을 집어들었는데, 작가에 대한 이력에 '월급사실주의동인'이라고 되어 있다. 어떤 동인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말마디로 어떤 느낌인지는 알 것 같았는데 실제 이 소설집에 담겨있는 열두개의 단편들은 모두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표제작인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는 지수의 죽음을 전해들은 지수가 지수와의 기억을 떠올리며 장례식장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이야기이다. 동명이인의 에피소드로 젊은 청춘의 사랑이야기가 담겨있을 것 같은 이야기는 취업의 고난함과 그 과정에서 결혼을 약속한 이들이 헤어지게 되고 그 이후의 삶이 어떻게 바뀌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세상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은, 사랑이 어떻게 배신으로 변하고 배신인 줄 알았던 사랑이 현실이었음을 깨닫게 하고 있는 이 이야기는 왠지 괴로운 밤, 춤을 추는 그 몸짓이 얼마나 애절함과 고통을 뿜어내고 있는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우리 사회의 현실을 빗대어 전세대란, 인공지능의 부작용, 학교폭력, 중고거래 사기, 코로나 팬데믹 시기의 재난지원금에 대한 현실적인 고찰 등 여러 분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이 비루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이 암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묘하게도 비관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결국은 비관이 아닌 낙관을 떠올리게 되는 건 무엇때문일까.

암담한 현실이지만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어서 그런것인지도 모르겠다. '숨바꼭질'이란 작품에서 건물주와 나와의 숨바꼭질에서의 승자는 누구인가,라는 자조섞인 물음이 이 소설집의 전반에 담겨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그래도 기분좋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은 중고거래에 대한 내용을 담은 '징검다리'였다. 이야기 전개가 '운수좋은 날'을  떠올리게 하고 있는데 마지막까지 그 운에 대해 떠올려보게 하는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이야기가 뒤집어지고 있어서 끝까지 관심을 집중하며 읽을수밖에 없는데 나는 이 결말이 너무 좋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어쩐지 세상 어딘가에서 그와 똑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않을까, 생각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래서 아직 세상을 살아가는 기쁨과 희망이 있는 것 아닌가. 

현실은 결코 낭만이 될 수 없다,를 말하지만 그것을 삭막하게 단정짓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라는 여지를 남겨주고 있거나 흑백의 논리가 아닌 은유로 세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문학'의 힘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준 소설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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