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먼 길 - 임성순 여행 에세이
임성순 지음 / 행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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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 임성순이 러시아에서부터 오토바이를 타고 석달간 유럽을 여행하고 돌아 온 여행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우연인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표지는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과는 약간, 아니 좀 많이 다르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 구도로 오토바이 여행자의 뒷모습이 찍혀있는 표지기에 흥미로운 여행에세이에 진지함 한스푼을 넣은 글이 담겨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으로 책을 펼쳐보게 한다.


"쓸데없고 의미없는 여행은 없다"라며 무계획으로 호기롭게 시작하고 있는데 이 여행기에서 쓸모있는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으려나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일단 시작은 말이다. 러시아에 가본적은 없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한번 가볼만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러시아 미술은 잘 모르지만 동방교회의 이콘화는 실물을 볼만하다고 알고 있으며 미술관뿐 아니라 도스토예프스키의 생가도 한번쯤은 볼만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오히려 작가는 오로지 오토바이를 받기 위해 남는 시간을 보내려고 관광지를 다니기 시작한다. 무계획이라는 건 나와 비슷하지만 내가 계획없이 여행을 다니는 것은 패키지를 다니기때문일뿐이고 작가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기 때문이라는 것이 애초에 내가 경험해볼 수 없는 여행일 것이라 예상하게 되는데 나와 다른 스타일의 여행을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별 의미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 같지만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어서 슬며시 빠져들어가게 되는 여행 이야기가 되었다.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몇몇 나라는 가본곳이었기에 관광지에 대한 느낌이 새롭기도 했고, 피렌체 두오모성당에 내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었나 기억에 없지만 세례당의 청동문을 본 기억은 확실하다. 작가는 문짝 사진만 남겼다고 하는데 내게 남아있는 건 두오모 성당 안에서 어리버리 두리번 거리고 있는 나를 자꾸만 힐끔거리며 보던 경찰이 무서웠었는데 머뭇거리다가 결국 내게 다가와 소매치기 조심하라고 알려주려고 했던 마음씀씀이가 세심한 경찰이었다는 것만 여행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나 역시 관광지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 베네치아 등 세계 유명 관광지들이 점차 관광객에게 점령당하고 있어서 지역민들이 고향을 떠날 수 밖에 없게 되고 성수기와 비성수기에 따라 지역의 상권이 형성되는 것에 극공감을 하게 된다. 소매치기가 극심한 이탈리아에서 난민에 대한 편견을 가진 것에 대한 일종의 실험처럼 촬영을 했더니 오토바이에 두고 다니는 저렴한 물품들을 훔쳐간 것은 잘 차려입은 이탈리아인이었다는 결론도 의미심장했다. 구내식당도 없는 듯 도시락을 먹고 수업을 들으러 가는 대학생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젊은이들뿐 아니라 세계 어느곳이든 젊은이들의 삶은 녹록치않다는 것을 깨닫는 작가의 글에 세상살이에 대한 통찰을 되새겨보기도 한다. 

생미셸의 패키지 여행을 통해 역시 패키지를 외쳐보고 있기는 하지만 패션도시 파리에서의 이야기가 똥과 오줌으로 뒤범벅이 되는 외곽도시의 슬럼화를 언급하는 것이었으며 레 미제라블에 대한 설명과 단상이 그 모든 것을 압도하기도 했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넓고 아름답습니다. 때때로 일상으로 인해 바래 잘 보이지 않게 돼도 멈춰 서서 보면 믿을 수 없이 찬란한 순간이 있다는 걸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 그러니 다들 부디 즐거운 여행되시길 바랍니다"(에필로그, 어쨌든 모든 여행은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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