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 - 어떤 공주 이야기
연여름 외 지음 / 고블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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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는 '어떤 공주 이야기'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공주의 이야기들, 백설공주, 신데렐라, 라푼첼... 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우리 작가들의 시각으로 새롭게 풀어 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래 전에 친구가 아니었다면 '꽃보다 남자'라는 일본 만화를 볼 생각이 없었을텐데 재미있으니 믿고 한번 읽어보라는 추천에 시간 죽이는 셈치고 읽었었는데 이게 묘하게 재미있었다. 만화라 과장되게 표현되기는 했지만 여주인공이 강인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데, 한국 드라마에서 그 여주인공을 남자주인공에 기대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로 만들어버렸다는 반발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이 책의 내용을 보면 그와는 반대로 왕자에 의해 '행복하게 되었다'라는 공주의 이미지가 아니라 공주를 공주 그대로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SF와 호러, 설화와 판타지가 섞인 이야기가 현재와 미래를 넘나들며 6인 6색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 단편에는 작가의 말이 실려있는데 작품에 대한 의미를 알려주는 것 같아 소설의 한꼭지를 이어 읽는 느낌이 더 좋았다. 스왈로우 탐정 사무소 사건 보고를 통해 미래 세계의 여러 종족과 AI가 공존하며 살아가는 세계를 그려보고, 측백나무성의 라푼젤은 공주와 공주를 구하는 왕자의 이야기 구조를 완벽히 깨주었는데 호러로 그려져 더 신선한(?) 느낌이었다. 변신의 작가 모래는 작가의 말에서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외계 공주에게 응원을 보내는 마음"을 보여주었고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미혼모 백설의 기고이다. "창피한 마음으로 망측하게 썼다. 같이 부끄러워하자고 권할 의도는 아니었다. 이건 소설이다. 그냥 낯 뜨거운 인물이 나올 뿐이다"라는 작가의 말이 묘하게 그들의 삶을 외면하려고 하는 나의 부끄러움을 조금이나맘 덜어준다. 산맥공주의 출룬체첵 이야기는 제주의 설문대 할망이 떠오르기도 하고.

고들빼기 공주와 전설의 김칫독은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코믹함이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재미있는 작품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어쨌거나 못된 놈을 - 특히 직장인들에게 못된 상사를 통쾌하게 물리치는 이야기는 늘 대리만족을 느낄 수 밖에 없지않은가 - 잉과응보처럼 물리치는 것은 당연히 좋지만 내용중에 못된 상사에게 보복을 하는 그 내용이 코믹드라마를 보는 것 같아 재미있었다. 


내가 막연히 이 책에 대해 의존적인 여성의 삶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여성의 이야기가 아닐까,라는 생각만으로 글을 읽기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아서 그런지 책에 대한 내용 설명이 아니라 그냥 좋다는 의미로 추천한다는 한마디로 끝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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