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대로 낭만적인 - 스물여섯, 그림으로 남긴 207일의 세계여행
황찬주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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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대로 낭만적인,이라는 책 제목때문일까. 낭만이 넘치는 그림을 보며 감성적인 짧은 글을 보며 가볍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그런 여행에세이를 기대했는데 빼곡하게 담겨있는 글자들에 당황했다. 책을 읽기 위해 펼쳤는데 많은 글자에 당황했다니 이 무슨 말도 안되는 문장을 만들고 있는 것인가.


이 책은 군복무를 마치고 스물여섯의 나이에 207일간의 세계여행을 한 청춘의 이야기이다. 여행 준비를 하고 계획한 지역에 도착하여 여행자로서의 생활을 이어가며 현지인 친구와 여행자 친구를 만나 사귀기도 하고 뜻밖의 만남이 즐겁기도 하지만 뜻하지 않은 여자친구와의 추억이 떠올라 당혹감을 느끼기도 한다. 여행이 끝난 후 인천공항에서 만나기로 한 여자친구와는 여행을 시작하고 이별을 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십대 청춘의 여행이야기가 아주 감동적일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낭만'은 흘러넘치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다. 책을 읽으며 낭만적이다, 라는 생각은 그리 들지 않았지만 청춘의 낭만이라면 나름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삶을 이루는 소중한 조각이 될 것이다. "내가 앞으로 이루게 될 크고 작은 성취는, 예상치 못한 역경을 이겨냈을 때 진정으로 값지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내가 내린 모든 결정과 만족, 후회가 모여서 결국 내가 되겠지. 그렇다면 그 모든 고난과 눈앞이 깜깜한 순간들까지 사랑해야지. 내가 걷는 모든 길과 마주한 모든 경험이 나를 이루는 소중한 조각들이 되길."(466)


혼자 여행을 계획했다가 k와 동행하여 여행을 떠나게 되고 끝까지 같이 갈 예정이었으나 각자의 여정을 따라 헤어지게 되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후배 y와 남미 여행을 하게 되기도 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볼리비아 비자를 받기 위해 아무것도 할 것이 없는 아순시온에서 일없이 4일이나 지내야한다면 - 화가나고 짜증이 올라오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더 화가난다. 그리고 겨우 비자를 받고 들어갔는데 볼리비아 트럭기사들의 파업은 그 유명한 우유니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을 무너뜨리고...

여행지에서 우연히 알게 된 친구의 고향을 찾아갔는데 그녀가 보여 준 집이 유명 건축가의 집이며 삼촌이 병원 진료비 대신 받은 그림이 피카소의 초기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된 놀라움보다, 그렇게 먼 거리를 긴 시간과 정성을 들여 왔는데, 언제 다시 그곳을 볼 기회를 갖게 될지도 모르는데 포기해야할지도 모른다는 그 상황이 더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아니, 물론 예전이었다면 화가나고 만일 내가 그런 처지가 된다고 생각하면 역시나 나의 불운에 대해 낙담하고 원망하는 마음만 가득했을 것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지금 안되면 다음에, 다음이 없다면 또 다른 좋은 것이 내 미래를 채워주겠지 라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207일의 여행이 그저 즐겁고 편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라는 건 당연히 알 수 있는 것이지만 그 여정을 통해 무엇을 체험하고 무엇을 깨달았으며 무엇을 삶에 새겨넣게 되었는지는 제대로 알 수 없다. 

여행에세이를 읽는 건 그 모든 것을 다 알수는 없지만 대리체험을 통해 내 삶의 여정을 계획해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아름답고 멋진 사진이나 쉽게 얻을 수 없는 여행정보라거나 여행팁을 얻을 수는 없지만 이 책을 추천해보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리고 어쩌면 "여행이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면, 이제는 단단한 땅에 발을 딛고 서 있었습니다. 제가 마주해야 할 차가운 현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단단한 현실이 필요한 사람이었습니다"(492)라고 말하는 저자의 후기가 더 마음에 남아서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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