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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마을 드로잉 ㅣ 여행길 그림책 1
백경원 지음 / 인문산책 / 2023년 10월
평점 :
유럽 마을 드로잉은 그림을 전공한 저자가 이탈리아와 발칸5개국을 여행하며 그린 그림을 곁들인 여행에세이이다. 글과 사진과 그림이 절묘하게 어울리며 멋진 여행에세이 한편이 만들어졌다.
만약 내가 다녀왔던 곳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면 이 책이 그렇게 멋있게 느껴지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많은 것도 아니고 여행지의 역사, 문화의 내용이 담겨있는 것도 아니라 좀 가볍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내가 다녀온 여행의 느낌과 비교를 해보기도 하고 오래전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기도 해 책을 읽는 시간이 즐거웠다. 특히 드로잉은 사진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어서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고.
십여년전 이탈리아 여행을 할 때 출발에서부터 비행기가 연착이 되더니 결국 파리에서 로마로 가는 비행기도 놓쳤지만 그래도 다행히 그 날 안에 로마에 도착은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우리의 캐리어가 미처 로마행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는 것.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음 날 반나절을 짐 찾느라 시간을 보내고 로마시내를 돌아보고 아씨시로 향했었다.
저자의 여행경로는 피렌체로 출발하여 베네치아와 베로나의 북쪽으로 갔다가 시에나를 거치며 남쪽 폼페이까지 갔다가 로마로 가는 것이었다. 동선이 어떻게 되었든 내가 가봤던 곳은 그에 대한 추억으로,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은 언젠가 가볼 수 있을까 라는 설레임으로 책을 들여다보는 마음 한 곳이 같이 여행을 떠나고 있었다.
책에는 로마의 스페인 광장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늘 넘쳐나는 관광객으로 가득찬 그곳의 사진과는 달리 사람들이 없는 빈 계단의 모습이 괜히 반가웠다. 스페인 광장은 어린 조카와 같이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추억이 있는 곳이라 힌때 문화재보호를 위해 계단 착석을 금한다는 소식에 아쉬움이 가득했는데 사람이 별로 없어 더 여유로워 보이는 스페인 광장 계단의 그림이 맘에 들었다.
발칸 5개국 여행의 시작은 독일이었는데 남부의 작은 마을 비숍스그룬이라는 곳의 풍경 사진이 눈길을 잡아 끈다. 의도치않게 와이파이의 영문자 오타가 와이프가 되면서 숙소의 와이프 사용료가 1유로라는 글에도 시선이 사로잡히기는 했지만. ㅎ
무하의 그림도 좋은데 무하말고 에곤 쉴레를 더 좋아하는 이유가 그리 거창하지 않아서 좋았고 푸르른 플리트비체의 모습이 담겨있는 사진도 좋았다. 이상기온으로 갑자기 눈이 내려 우리 팀을 마지막으로 출입통제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눈 쌓인 플리트비체보다 훨씬 더 좋다는 이야기에 그곳도 언젠가 한번 더 가보리라 결심했던 기억이 떠오르는 그런 사진이다.
'낯선 거리 구석구석 유럽 마을 드로잉'은 장황하지 않은 짧은 설명에 포인트를 짚어주는 사진과 묘하게 자꾸만 눈길이 가는 그림이 맘에 드는 여행에세이,를 기대하신다면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