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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김정금 지음 / 델피노 / 2023년 9월
평점 :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세상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세상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맞을까.
소설은 마치 드라마를 보는 느낌으로 이야기 진행이 빠르고 마지막에는 플래시백처럼 인물의 시점이 바뀌며 사건의 결말을 보여주고 있어서 뭔가 시원한 느낌이 든다. 물론 소설에 담겨있는 내용은 결코 사원한 느낌으로 날려보낼 수 있는 내용이 아니지만.
보험조사원 김지섭은 고객이 밀어넣는 돈봉투도 마다하지 않고, 공정성을 담은 조사 보고서가 아니라 보험금 지급을 위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 역시 거리낌이 없는 인물로 등장한다. 손해보험회사의 위임을 받아 보험사고를 조사하는 지섭의 급여는 수임받은 건 당 수임료를 받는 형태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짧은 시간에 많은 수임건을 받아 해결하는 것만을 목표로 업무처리를 하고 있는 지섭이다. 그런 그에게 빨래를 널다가 아파트 9층 베란다에서 떨어져 상해를 당한 박연정의 보험료 지급 건이 배당된다. 고객 면담을 위해 연정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아간 지섭은 연정과의 대화에서 뭔가 부조리한 느낌을 받기 시작하는데......
보험 사기와 관련된 범죄 미스터리를 다룬 소설이라고만 생각을 하고 책을 펼쳤는데 의외로 이 안에는 더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 전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부인이 재판 중에도 남편의 사망보험금 청구 소송을 걸었다는 뉴스를 보며 어이없어 했는데 사망보험금을 노린 살인사건을 검색해보니 정말 사람의 탈을 쓴 짐승들이 이리도 많았던가 싶은 생각이 든다. 책에서도 언급이 되어 있지만 보험금을 받아내기 위해 부모와 자식을 살해하고 애인을 살해하고 노숙인들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들이 너무도 많아 세상 현실에 대해 고개를 돌려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미성년자 성매매, 보험사기, 경찰비리, 노숙인이나 탈북자 새터민들의 생활고와 신분 위조... 이 많은 이야기들이 하나의 사건으로 나열되고 있기보다는 굵은 보험사기 사건을 줄기로 등장인물들을 통해 현 사회의 범죄문제들을 끄집어 내고 있는 소설의 스토리 구성은 책에 빠져들게 하는 짜임새가 탄탄하다. 다만 후반부로 가면서 개연성이 좀 부족한듯한 극적인 상황의 전개와 해결이 좀 아쉬운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그 아쉬움을 잊을만큼 이야기의 전개는 빠르게 진행되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