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리는 모두가 꺼리는 ‘민원 불만 접수창구‘에서 일했다.
대체인력 계약직으로 연주와는 동갑이었다. 적어도 내년까지는 연장계약이 가능했다. 그녀도 그걸 원하는 눈치였으나,
쉽지는 않을 듯했다.
그녀는 민원인들의 불만사항을 듣는 데 주력했다. 원체 말수가 적은 탓인지 차분하게 청취하는 일에 뛰어났다. 성난 황소처럼 창구로 들이닥치는 민원인도, 평온한 얼굴로 돌아가게 했다. 연주는 그녀의 그런 점이 신기했다.
말수는 적으나 할 말은 정확히 하는 스타일이었다. 민원인의 불만사항을 각 업무 담당자에게 전해야 했는데, 똑 부러졌다. 문제는 때때로 민원인을 대변하느라 업무 담당자와 얼굴을 붉힌다는 점이었다.
누구보다 맡은 직무를 제대로 수행했기에 계약 연장이 힘들 수도 있다. 그녀는 그 법칙을 모르는 듯했다. 일을 제대로하는 것과 잘하는 건 엄연히 달랐다. 이 세계, 이 공간에서는,
이상하게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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