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적인 여행 - 모두가 낯설고 유일한 세계에서
양주안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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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서라 할 수 있는 여행가이드북이 아닌 여행에세이를 좋아하는데,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면 그것이 곧 이 책에서 저자가 직관적인 제목으로 알려주고 있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세상 대부분의 여행은 '아주 사적인 여행'이라는 것이다.

어린시절 잠 좀 편히 자겠다고 부모님따라 새벽기도를 따라가며 칭찬받으며 자란 저자는 별다른 생각없이 개신교회의 목사가 되려했다고 한다. 어느 날 우연히 만나게 된 자전거여행자의 이야기를 듣기전까지는.


여행기를 쓰고 친구가 던진 '그래서 이 글에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라는 말에 아주 사적인 여행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수가 없다. 위대한 문화유산의 아름다움, 기하학적인 정교함에 미학적인 아름다움까지 겸비한 건축물의 아름다움 같은 이야기는 굳이 내가 아니라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설명하는 것을 듣는 것이 훨씬 더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여행에세이는 여행을 떠난 이들이 만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저 단순히 만난 사람들, 마주친 풍경들에 대한 사적인 기록만을 담고 있다면 또한 누군가의 개인적인 기록을 읽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뭔가 자꾸 걷도는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다. 매일 아침 스페인의 공원에서 마주친 허름한 남자가 영어를 너무 잘해 칭찬을 했더니 당연하다며 자신이 영국인이라는 것을 밝힌 이야기를 할때까지만 해도 그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여행에세이 정도로만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글이 좋아지기 시작한 것은 바르셀로나의 축구경기를 보러 갔을 때 저절로 메시에게 향하는 카메라 앞에서 그 옆에서 경기를 운영하는 패스메이커 차비를 눈여겨보라는 이야기에 차비 에르난데스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자신의 존재감을 모두에게 드러내지 않아도 존재의 의미가 명확해지는 것을 깨닫게 되는 에피소드는 지극히 사적인 여행의 느낌이 또한 지극히 보편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모두가 바라보는 것에서 약간의 시선을 바꾼다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애초에 여행에세이는 풍경뿐 아니라 사람을 만나 체험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새삼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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