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튼 애비 애프터눈 티 쿡북
다운튼 애비 지음, 윤현정 옮김 / 아르누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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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맛을 잘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나는 기본적으로 커피보다는 홍차가 더 맛있다고 느낀다. 그중에서도 달달한 일본식 밀크티를 제일 좋아했는데 언젠가 정말 맛있는 홍차를 마신 후 홍차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진한 영국식 홍차는 씁쓸한 맛이 강해 물을 많이 넣고 마셨었는데 품질이 좋은 홍차는 진한맛이어도 좋았다. 그래서 '다운튼 애비 애프터눈 티 쿡북'이라는 책 제목을 읽으며 다운튼 애비라는 드라마는 모르지만 오후의 영국식 홍차 쿡북은 너무 궁금했고 이 책이 무척 기대되었더랬다. 책을 펼치기 전까지는 그랬다는 것이다. 솔직히 이 책에 실려있는 내용이 홍차를 다양하게 마실 수 있는 티 레시피 북이라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런데 주 내용은 애프터눈 티, 그러니까 영국식으로 조금 진한 홍차를 마시면서 그에 어울리는 빵의 레시피 북이었다. 예상치못하게 빵의 비주얼 공격에 하루빨리 오븐을 구입해 파티셰가 되어보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된 것은 덤이다. 


홍차와 같이 즐길 수 있는 빵이라고 하면 식사대용으로 생각할 수 있는 스콘이나 단맛이 강한 케이크나 타르트, 푸딩 정도를 떠올릴 수 있는데 이 책에서는 크게 네개로 나눠 페이스트리, 번과 비스킷 그리고 케이크, 타르트 푸딩의 단 맛이 강한 디저트, 샌드위치와 핑거푸드의 브런치 느낌이 나는 음식, 마지막으로 빵에 어울리는 쨈과 스프레드로 구분하여 소개하고 있다. 


애프터눈 티와 어울리는 브레드 레시피만 담겨있는 것이 아니라 책의 앞부분에는 차에 대한 소개글과 다운튼 애비에서의 차 한잔이 갖는 의미에 대한 설명, 그리고 내게는 가장 유용하게 와 닿았던 영국 차의 특징이 간략히 설명되어 있다. 

은빛 향이 덮인 어린 찻잎으로 만든 백차와 차나무의 거친 잎을 건고하고 비비고 산화한 후 소나무 장작위에서 살짝 그을려 특유의 훈제향을 낸다는 랍상 소우총은 들어본 기억도 없는 차인데 실제 어떤 맛일지 궁금해진다. 

우리에게 익숙한 블랜드 티인 얼그레이가 베르가모트를 추가한 시트러스 향으로 만들어졌는데 우유와 더 잘 어울리도록 차 회사에서 실론, 아프맄, 인디아 홍차로 바꾸었다는 설명은 처음이다. 실론티가 스리랑카에서 재배된 홍차라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잉글리시 브랙퍼스트와 아이리시 브랙퍼스트는 상표이름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이 역시 다른 맛이 나며 붉은 빛이 돌고 우유를 더하면 진한 맥아의 풍미가 난다는 아이리시 브랙퍼스트는 제대로 알고 마셔본 기억은 없지만 붉은 빛이 도는 색다른 홍차라고 마셔본 기억은 있다. 


여름이 되면 트와이닝 홍차를 진하게 내려서 - 리처드 트와이닝의 세금감면 로비(!)로 대중화가 되었다는 것에 감사를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진한 홍차에 우유를 넣고 꿀을 첨가해 차갑게 마시는 밀크티는 여름의 더위를 잊게 해 준다. 정말 간단하지만 홍차에 대한 많은 것을 알게 된 내용 중 하나는 홍차에 우유를 넣기 시작한 것부터가 아니라 내구열이 없는 찻잔이 뜨거운 홍차로 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우유를 먼저 넣었다고 하는 것이다. 

여성의 코르셋과 관련해서는 더 깊은 뜻이 있으니 그냥 넘겨보기로 하고 이 책의 핵심인 쿡북으로 넘어가면 프랑스 빵처럼 화사한 데코로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아니라 투박하면서도 단아한 모양으로, 한두가지의 과일을 더해 밝은 색으로 입맛을 다시게 하는 애프터눈티와 함께 하기 좋은 빵의 레시피가 펼쳐진다. 

빵을 만들기에는 역부족이고, 누가 만들어준다면 책과 재료를 준비해 넘겨주고 싶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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