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렬한 호기심을 제지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기어코 몸뻬까지 모두벗고 커다란 기계 앞에 서고 말았다.
잠시 후, 금복의 몸 구석구석을 찍은 엑스레이 사진이 나오자 그녀는 마치 진기한 보물지도를 들여다보듯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거기엔 탐스러운 머리카락과 풍만한 엉덩이, 뜨거운 눈빛과 발그레한 뺨은 모두 사라지고 죽은 나무 사정이 같은 앙상한 뼈만 하얗게 남아있었다. 금복은 사진을 집으로 가져와 전등불에 비춰보며 홀린 듯 며칠 동안 관찰하다, 마침내 큰 깨달음을 얻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다 껍데기뿐이란 말이군. 육신이란 게 결국은 이렇게 하얗게 뼈만 남는 거야.
그녀가 엑스레이 사진을 통해 발견한 것은 바로 죽음 뒤에 남게 될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날 이후, 그녀는 언제나 입버릇처럼 ‘죽어지면썩어질 몸‘ 이란 말을 자주 되뇌었다. 그리고 곧 내키는 대로 아무 사내하고나 살을 섞는 자유분방한 바람기가 시작되는데, 그것은 어쩌면평생을 죽음과 벗하며 살아온 그녀가 곧 스러질 육신의 한계와 죽음의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덧없는 몸부림이었는지도 모른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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