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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소설
앙투안 로랭 지음, 김정은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4월
평점 :
"당신이 출간한 책에 따르면 두명의 인물이 더 죽어야 합니다"
콩쿠르상 후보에 오른 '설탕 꽃들'의 작품 속 살인이 현실에서 일어난다!
이 놀라운 플롯을 미리 던져주고 있는 걸 보면 이 소설에는 그 이상으로 뭔가 대단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사뭇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이상의 이야기가 담겨있었지만 온전히 장르소설의 묘미를 느끼려 한다면 조금은 아쉬울 듯 하다.
스포일러 아닌 스포일러를 슬그머니 언급해보자면 이 소설은 행간을 잘 읽어야 하는 소설이다. 끝까지 읽고 난 후 내가 뭘 놓쳤을까 하며 다시 돌아가면 너무 눈에 보이는 트릭의 시작인 문장이 보여 좀 허탈해지기도 하지만 소설의 짜임새가 나쁘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비올렌 르파주는 한 출판사의 원고검토부에서 수많은 기고문을 읽으며 속된말로 '대박'터지는 작품을 분별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설탕 꽃들'이라는 소설 원고가 들어오고 그 소설의 대박 조짐이 보이며 작가와 연락을 취하려고 한다.
하지만 작가는 여전히 익명성을 지닌 채 정체를 드러니지 않고 있으며 콩쿠르 상 후보에 오른 '설탕 꽃들'의 내용에 들어있는 살인사건이 현실에서 똑같이 발생하였고 소설에 의하면 또 다른 살인사건이 있을 예정이라는 것을 형사에게 통보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비올렌은 비행기 사고를 당하게 되는데......
소설은 비올렌을 중심으로 소설 설탕 꽃들의 작가를 찾는 것과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데 범인 찾기에 집중하게 되기도 하지만 출판과 관련된 문학계의 이야기를 엿보는 것도 책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였다.
한가지 좀 아쉬운 건 살인사건과 그 사건의 원인이 더 집중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것 정도일까?
장르소설 중에 반드시 책을 통해서만 장르의 독특함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이 있는데 익명소설 역시 그에 속한다는 것임을 스포일러처럼 남겨본다. 문장들을 꼼꼼히 잘 읽지 않는다면 마지막 장에 이르러 왜 이런 결론일까,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을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