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의 잔 - 경남 스토리 공모전 대상 토마토문학팩토리
박희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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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일본 최고의 보물로 전해져오는 이도다완은 조선의 막사발이다!"

이 문장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몇년 전 도자기여행에 관한 책을 읽었었기 때문일 것이다. 도자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임진왜란때 조선의 수많은 사기장을 납치해가고 - 그중에는 자신들을 천하게 여기는 조선을 자발적으로 떠난 사람들도 분명 있기는 하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되면서 우리의 분청사기는 지속적인 발전을 이뤄내기 힘든 시대적 상황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제왕의 잔은 우리의 막사발이 일본의 보물로 전해져오게 된 사건(!)에 착안하여 만들어진 소설이다. 단지 그 한줄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조선의 사기장들이 일본에서 어떻게 생활을 했는지, 조선의 가마가 일본에서도 조선식으로 발달하게 되었는지 역사적 자료를 조사하여 사실에 근거하여 만들어진 이야기이다. 

솔직히 조선의 자기와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 사기장들의 자기 제작과 후대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기대했었는데 제왕의 잔은 '막사발'에 중점을 두고 실존인물들과 접접을 이루는 가상인물들의 사랑과 욕망, 성공에 대한 이야기이다. 


명문가의 자손이지만 천한 사기장의 길을 택한 도경이 몰락한 양반가의 딸 연주를 사랑하게 되어 그녀와 함께 하는 삶을 꿈꾼다. 하지만 연주가 돈많은 양반가의 후실로 가게 된 것을 알게 된 도경은 연주와의 도주를 계획하게 되고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 그렇듯 그의 계획은 발각되고 도경은 명나라로 떠나게 되는데...


일본에서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명나라에서도 황제가 원하는 도자기를 구워내는 도경의 발자취가 그려지는 것은 한중일 세 나라의 도자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라 짐작하고 있다. 도경이라는 사기장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도자기의 역사와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이 소설은 연주에 대한 도경의 사랑이 더 크게 그려지고 있으며 그것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계기가 되고 관계 형성을 하고 있어서인지 솔직히 말하자면 도자기보다는 도자기를 굽는 사기장의 일생에 더 몰입하게 하고 있어서 조금은 기대와는 다른 방향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방대한 자료수집과 역사적 사건 속 개인의 삶이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절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이 소설은 훨씬 더 많은 생각할거리를 주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하고 소박한 꿈이 역사의 소용돌이속에서 무참히 깨지고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살아가야한다는 한 개인의 일생이 끝내 알아채지 못한 자신의 아이에게서 끝을 맞이하게 된다는 비극적 사실 역시 소설의 여운을 남기고 있는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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