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카몽시 외할아버지의 이중성이 오히려 아름다워 보인다. 자신의 내면에 상반된 욕구들의 공존을 기꺼이 허락하는 마음가짐이야말로 고결하고 원만한 인품의 원천이다. 예컨대 누군가 할아버지에게 당신의 평등사상과 현실 속 까마득히 높은 사회적 지위가 서로 모순되지 않느냐고 따졌다면 할아버지는 다 인정한다는 듯 웃으며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으리라. 외할아버지는 자주 말했다. "모두가 함께 잘살아야 해. 카브랄섬은 모두를 위한 곳이다. 그게 내 좌우명이지." 그는 영문학을 열렬히 사랑했고 코친의 수많은 영국인 가정과 깊은 우정을 나눴지만 영국의 식민 통치는 반드시 끝나야 하고 토후들의 전제정치도 함께 사라져야 한다는 믿음 또한 확고부동했는데, 그런 상반성에서 나는 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사랑하는 미덕을 발견한다. 그런 역사적 관용이야말로 인도의 진정한 불가사의로 손꼽을 만하다. - P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