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판매원 호시 신이치 쇼트-쇼트 시리즈 2
호시 신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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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 신이치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보지만 1926년생이고 50년대 작품활동을 시작한 것 같아 관심이 줄어들었는데 상업지에 데뷔하게 된 것이 그의 작품 섹스트라가 에도가와 란포의 눈에 띄어서라는 것에 또 이 작가의 작품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SF 장르 단편을 읽을 때 그 작품을 이해하게 되면 너무 흥미롭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도대체 내가 뭘 읽은 거지?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단편소설을 읽는 것은 좀 망설여지게 되는데 호시 신이치는 단편보다 더 짧은 쇼트-쇼트(short-short)라는 장르를 개척했다고 하니 괜한 호기심에 책을 펼쳐들게 되었다. 

일본소설이고 50년도 더 이전에 쓰여진 작품이라 솔직히 별 기대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소설의 내용들이 풍자코미디에서 많이 봤던 것 같은 웃음을 담고 있으면서도 현 사회를 적나라하게 통찰하고 있는 것 같아 한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수가 없다. 


에도가와 란포를 사로잡은 '섹스트라'는 처음 생각할 때 정말 일본스러운 발상의 시작이라는 생각을 했다. 성적 쾌감을 실제처럼 느낄 수 있는 기계를 발명하면서 청소년들의 폭력성이 줄어들고 관심사가 철학적이고 학문적인 분야로 옮겨가기 시작하게되며 점차 기계가 정밀하게 발전하면서 세상이 평화로워진다는 것 까지는 그저 어디선가 한번은 들어봤던 이야기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바로 아무렇지도 않게 부부 역시 육체적 관계에 관심이 없어지게 되지만 섹스트라에 대한 일부 긍정적인 평가는 '인공수정으로 우수한 자손만 계획 출산'할 수 있다는 문장에서는 멈칫 하게 된다. 이것이 진정 좋은 것인가? 이런 의문은 섹스트라로 인해 세계의 평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 또한 웃기는 소리네,하고 넘겨버리기에는 인류의 역사에서 성폭력의 범죄를 가벼이 여길 수 없다는 것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어이없는 발상에 웃다가 마지막에 피식하고 웃어넘기기에는 왠지 이 짧은 소설들 안에 담겨있는 잔혹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 잔혹함이 인간성과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면 또 섬뜩하다. 지구를 떠나 정착할 수 있는 먼 우주의 행성을 찾아나서는데 화면에 비친 열악한 환경을 보고 그 행성으로의 이주를 포기하면 행성에서는 지구에서 다시 찾아오기까지 시간을 벌었다며 연기하던 모습을 버리고 본 모습을 찾을 때는 유머처럼 느낄 수 있지만 그와 반대로 지구보다 더 훌륭한 지상낙원같은 행성을 발견하지만 이 소식을 지구로 전하면 그 행성은 일부의 휴양지로 사용되어버릴 수 있다며 지구로의 귀환을 거부하고 생활하는 이들이 있음을 할게 되고 많은 이들이 그 행성에 머무르기를 원하는데... 그 전의 단편과는 달리 이들은 오히려 외계인들에 의해 꾸며진 지상낙원의 행성의 덫에 걸려 동물원의 동물같은 처지가 되어버린다. 


이처럼 뒤바뀌는 운명과 거짓속에서 드러나는 반전의 재미와 인간성에 대한 통찰은 짧고 짧은 소설 읽기의 재미를 더해주고 풍자와 해학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준다. 피식거리는 웃음을 자아내는 짧은 소설이지만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읽어도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도 호시 신이치의 글을 다시 찾아 읽어보게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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