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과거시제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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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 작가의 신간소식에 무조건 읽겠다고 해 놓고보니 정작 이 소설이 장편인지 단편 소설집인지도 모른채 책을 선택했고,과거미래시제가 책 제목이라 생각했는데 미래과거시제라는 것도 이제야 다시 확인하고있다. 사실 배명훈 작가의 SF라면 곽재식, 김초엽, 이다혜, 정세랑 등등등 대단하신 작가님들의 추천이 아니더라도 책 먼저 펼쳐 읽기 시작할만큼 기본 이상의 기대감을 충족시켜 주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데 이 책은 그 이상이다. 무려 7년만의 신작 소설집이라는데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으면서도 고작 역사 따위를 연구하러 온 야심없는 미래인'(122)처럼 가볍게 차곡차곡 쌓아놓은 소설들을 툭 던져 놓고 있는 느낌인데 이 모든 소설들이 놀랍다. - 아니, 사실 매 단편마다 담겨있는 '작가노트'가 없었다면 이 놀라운 소설들이 담고 있는 내용과 의미를 알지 못한 채 그저 글읽기만 하고 있었을테지만.


표제작인 미래과거시제는 언어를 통한 시간과 세계의 인식을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지만 솔직히 그런 내용은 잘 모르겠고 작가가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결국 사랑이야기로 읽히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SF가 마래세계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 역시 '결국 현실의 반영'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될 때 가장 적나라하게 그것을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수요곡선의 수호자'는 작가의 발상의 전환이 흥미로웠는데 이 역시 작가의 노트를 읽으며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은 과학기술의 현살에 앞서는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 인공지능을 가진 챗봇의 기능은 점점 더 인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데, 우리에게는 이제 너무 익숙한 인간을 대신하는 인공지능로봇의 이야기를 지나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마음을 가진 마사로 - 물건처럼 유희의 옆구리에 끼이게 된 마사로가 '아, 내 존엄'(28)이라 외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놀랍지 않은가 - 에게 "다시 가서 세상을 구해"(55)라고 말하고 있는 단계로까지 나아가버리고 있다. 어쩌면 배명훈 작가가 미래에서 온 미래인일지 모르겠다. 


판소리SF라고 하는 임시조종사나 차카타파의 열망으로, 미래과거시제 등의 작품은 '언어'에 대한 이야기로도 읽히는데 언어에 대한 새로운 느낌이 재미이기도 했다. 물론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를 읽기 시작했을 때 '오타'라고 생각하는 글이 예상보다 많이 나와 이게 오타가 아니었나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동시에 제대로 된(!) 문장으로 다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었다. 한가지 덧붙이지면 파찰음을 내며 튀는 침방울의 묘사에서 자연스럽게 코로나를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 좀 씁쓸하지만. 


소설집에 실려있는 소설들의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다 하지는 못하겠지만 아무튼 내게 있어 배명훈 작가의 7년만의 신작 소설집 미래과거시제,는 흥미롭고 새롭게 읽히는 추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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